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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산길을 걸으며

아침을 먹고 산책을 나섰다.


누군가 길가 나무둥치 구멍에 예쁘게 제라늄을 심어두었다.

내가 한참 눈길을 두고 있자 앞집에서 아주머니가 나와 보더니,

우리 아저씨가 꽃을 좋아해서 그리 했노라고 일러주었다.


바람이 살랑 불자 뿌연 꽃가루들이 안개가 피어오르듯 시야를 가린다.

산길로 접어들면서 벗었던 마스크를 꽃가루 때문에 다시 꺼내썼다.

바람이 이발을 하지 않아 길어진 머리카락을 나풀나풀 흔들자 뒷목에 닿는다.


숲 속에 앉아 하늘을 보니 나무들이 제법 커다란 잎들을 달고 있어 하늘을 꽤 많이 가리고 있다.

크지만 아직은 엷은 잎들이 빛을 통과시키면서 연록색의 속살을 보여주고 있다.


몽실몽실한 작은 솜뭉치같은 하얀 섬노린재 꽃이 우거진 녹음 속에 포인트를 주고 있다.

입을 오물거리며 입에 잔뜩 뭔가를 집어넣고 있던 청설모 한마리는

나를 보더니 나는듯이 나무 위로 기어오른다.


산을 오르는 중

나무 뿌리가 마치 계단 구실을 하면서 등산객들의 효과적인 발디딤이 되고 있었다.

산길을 걷다보면 건너편 등산객들이 보였는데 잎들이 무성해져 이젠 보이지 않는다.


잠시 쉬며 하늘을 보니 나무잎들의 짙고 옅음이 보여주는 색들의 조화는

감히 그림이나 사진이나 말로 나를 어찌 표현할 수 있으리요. 하는 듯하다.

한마디로 눈호강하기 좋은 철이다.






나는듯 나무 위로 오른 청설모




검색을 해보니 섬노린재 꽃이란다. 맞게 검색했는지 모르겠다.




이미 나온 잎들과 이제 막 나온 잎들이 조화롭게 하늘을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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