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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취향의 선택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가급적 산을 오르지 않았다.

가더라도 한적한 길을 짧은 시간 다녀오는데, 오늘은 날이 우중충하고 비가 내린 뒤라서

사람들이 적으리라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산 입구부터 왁자지껄하다.

 

자리를 깔고 앉아 고스톱을 치며 박장대소하는 사람들도 있고, 

돼지머리 등을 차려놓고 마이크까지 동원해서 시산제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왁자한 분위기 사이를 지나가려니 이방인처럼 낯설고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그들과 내가 결이 다르기 때문에, 활기넘친 그들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다.

산 속까지 마이크와 여러 대의 차를 끌고 들어온 걸 제외하면 말이다.

 

나는 그저 저들과 달리 호젓한 나만의 산책을 좋아할 뿐.

그래서 날더러 전원 생활이 어울리지 않느냐며 서울을 떠난 삶을 권유하는 이들도 있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면 더욱, 혼자만의 호젓함을 누릴 수 있지 않느냐는것이다.

 

하지만 도시를 떠난 곳에서 일어날런지도 모를,

내 생활에 끼어들어 파문을 일으킬 일 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뜩해진다.

이를테면, 우리 마을 이장님  생신에 왜 나타나지 않느냐고 핀잔을 듣는다든가,

내가 도저히 입에 대지 못하는 그들만의 맛있는(?) 안주와 술을 들고 와서는

환영한다며 한 잔하자는 이웃을 어찌 할 것인가 말이다.

정이라는 이름으로 훅~~치고 들어오는 걸 마다하면 나는 얼마나 매정한 사람이 될까.

 

그런 면에서 나는 대도시가 좋다.

 

그런 속에 이따금씩 코드가 맞고, 결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서로 공감하는 것들에에 대해, 같은 취미와 일상에 대해 서로 리액션을 주고 받으며 '그래' 맞아~~' '나도 그래' 하고

조근조근 이야기하며 어울리는 것이 좋은 것이다.

그런 사람들과는 한 가지 이야기만으로도 하루밤에 만리장성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산길을 걷던 중,

뒷목에 떨어진 송충이가 방향도 알 수 없이 뻗어나가려던 상념을 멈추게 만들었다.

산책을 마감하고 집으로 향해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목에선 산악회원들이 시산제를 끝내고

이런 저런 상품을 나눠주는 순서를 진행하며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활기는 당연히 그들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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