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투표소를 찾았다.
줄을 많이 서 있을 줄 알았는데 우리가 시간대를 잘 맞춰온 것인지 앞엔 달랑 2명 뿐이었다.
지난번에 사전 투표를 할까? 하는 생각에 투표소 인근을 지나면서 보니 줄이 길어서 포기하고 돌아섰었다.
입구에서 일단 발열 검사를 하고 나서 손소독을 하고, 비닐 장갑을 끼고 들어가니 투표 종사원이 신분 확인을 위해 마스크 좀 내려 달란다.
마스크 때문에 일일이 마스크 내려달라고 하고 신분증 사진과 대조하고 싸인을 받는 과정이 사소한 것 같지만,
수많은 사람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지 싶다.
긴 투표용지로 인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개표를 한다고 하니 밤새 개표를 해야하는 개표 종사원의 업무도 배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표를 하는 우리나라를 외신에서도 신기해하며 주목하고 있다는 보도다.
투표를 하고 잠시 동네 뒷산 쪽으로 산책을 가려고 하는데 트럭에서 굴비를 팔고 있었다.
"자~~ 싱싱한 굴비 1만원의 10마리를 20마리에 만원에 팝니다~~"
가고 있자니 한 아주머니가 저 트럭에서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내게 물었다.
잘 안들려서 그러나 보다하고 굴비를 파는 거라고 말해주었더니 굴비가 뭐냐고 하는 것이었다.
생선 조기, 굴비라고 했더니, 고등어와 명태, 이면수는 알아도 굴비는 처음 들어본단다.
그제서야 이북말투를 쓰는 걸 보고 탈북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북한에서 왔느냐고 묻지는 않았다.
실내 온도를 25도에 맞춰는데도 밤에 추워서 잠을 못 잤다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둥,
이 길로 올라가면 어디가 나오느냐 등등 궁금한게 많은지 이것 저것 물었다.
자락길이 끝나고 나는 계속 산으로 접어들려고 갔고, 구두를 신은 북한말씨의 아주머니는 포기하고 내려가마고 내려갔다.
굴비가 북한 해역에서는 나지 않는 생선이라 잘 몰랐을 것이라고 집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어떤 경위로 남한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외국과 다름없는 곳에서 낯설고 불편한 시선에 앞으로의 삶도 녹녹하지 않게 여겨졌다.
더불어 오늘 강남에 출마한 탈북자 태영호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궁금하다.
벗꽃은 지려하고, 연녹색 잎들은 새로 나오는 지금이 산의 색이 정말 예쁜 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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