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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 인간에게는 공유의 본능이 있다. 울림을 공유하고 싶다.

- <최인훈 광장>

     삶은 실수할 적마다 패를 하나씩 빼앗기는 놀이다.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 톨스토이 소설 속에는 악인과 선인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그렇게 개념정리 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가 때문입니다.

 

- 헬렌켈러의 <3일만 볼 수 있다면>에서

숲을 다녀온 사람에게 당신은 뭘 봤냐고 물었더니, 그가 답하길 별 것 없어요라고 했는데 어떻게 그럴수 있느냐는 겁니다.

자기가 숲에서 느낀 바람과, 나뭇잎과 자작나무와 떡갈나무 몸통을 만질 때의 전혀 다른 느낌과,

졸졸졸 지나가는 물소리를 왜 못보고 못 들었냐는거요.

이렇게 인생이 특별할 게 없는 사람들은 생의 마지막에 떠오를 장면이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거미줄에 달려 있는 물방울의 아름다움을 본 사람들은 죽을 때 떠오를 장면들이 풍성하겠죠.

삶은 목걸이를 하나 만들어놓고 여기에 진주를 하나씩 꿰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주는 바로 그런 삶의 순간인 겁니다.

 

- 휘슬러가 그린 멋진 안개 그림을 본 오스카 와알드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휘슬러가 안개를 그리기 전에는 런던에는 안개가 없었다.”

 

<사랑에 대한 적나라한 통찰>

- ‘왜 나는너를 사랑하는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결코 따뜻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뼈와 살을 추려내듯 철저하게 사랑을 해부하고 있어요.

여담인데, 전에 제가 살던 동네에 아구찜 집이 있었는데 이름이 아구찜 연구소였습니다.

이름만 봐서 어떤 느낌이 드세요? 아구찜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결코 맛있어 보이진 않는데요.

알랭드 보통의 이 책도 마치 사랑연구소같은 느낌입니다.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이나 안나 가발다의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같은 소설들처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거나,

이야기에서 사랑이 느껴지진 않습니다. 안나 가발다의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를 보세요.

가정이 있는 남자와 불륜관계인 여자는 남자이 이혼을 원하지만 그는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가끔 호텔방에서 만나는데, 여자가 남자를 기다리면서 그와 함께 하고 싶은 걸 적습니다.

그 리스트는 책 두 페이지가 넘는 분량인데 정말 사소한 것들이죠.

늦잠자기, 쇼핑하기, 함께 커피마시기, 음악듣기, 식사하기 등 아주 일상적인 것들입니다.

이런 건 사랑의 해부라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에 충실한 표현이고, 대부분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들은 이런 감정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감정 이입하게 만들어주죠.


하지만 알랭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그런 소설이 가지는 미덕이 전혀 없습니다.

감정이입보다 우리의 감정 상태를 적나라하게 다 보여주죠.

연구소에서 연구하듯 분해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고 싶게 만들지 않아요.

그렇지만 아주 매력적입니다. 사랑에 빠지기까지, 빠진 후의 말이나 행동들이 왜 그렇게 나오는지 깊이 있게 해석했기 때문이죠.


, 그럼 살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을 봤을 때 사랑에 빠지나요?

아마 본인이 보기에 매력적인 사람한테 빠지게 될 겁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매력적인 상대는 나를 좋아하지않고, 꼭 관심이 없는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가 뭐냐하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아주 쿨하고 태연해질 수 있어요.

아무런 감정이 없으니까. 그런데 상대는 그런 모습을 멋지게 보는 거죠.

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감정이 들어가서 얼굴도 빨개지고 목소리도 떨리고 말도 더듬게 돼요.

 

- 알랭 드 보통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더 이상 나는 누구인가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보다 나는 상대에게 누구인가가 중요해진다는 거죠.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에 초점을 맞춘다는 겁니다.

 

- 김훈도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한게 있는데요.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사랑의 정의라는 겁니다.

우리는 사랑의 공간을 바라지만 아니라는 거죠.

누군가를 사랑해서 내 사랑을 가지고 돌진을 하고, 형성이 되면 행복한 공간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랑이 형성되는 순간부터 싫은 점들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안 보이는 흠이 보이기 시작하고 사랑은 결국 그렇게 소진되어 가는 것이죠.

알랭드 보통은 그래서 사랑이 방향일 뿐 공간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다보니 연인들은 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갈망과 연인이 된 후 오는 짜증, 두 극단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것밖에 알 수 없다는 건데요.

결국 사랑에는 중간이 없다는 거죠.

 

-<우리 모두는 불충분한 자료에 기초해서 사랑에 빠지며, 우리의 무지를 욕망으로보충한다.>

  사실 상대에 대한 전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사랑에 빠지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대상이 있으면 그 사람의 어떤 면을 봅니다. 말 한마디의 한 컷, 그 사람이 나에게 얘기했던 한 순간만 보고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예쁘다. 멋지다. 매력적이고 좋다고 생각한 뒤 나머지 부분은 다 상상으로 채우죠.

그 상상은 나의 욕망으로 채워집니다.

 

- 실제적 궁핍은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궁핍감과 궁핍에 대한공포는 사라지지 않고 외려 늘어나기까지 했다.

알랭드 보통은 바로 그것, 상대적 궁핍과 궁핍해질지도 모룬다는 공포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면 덜 불안해진다는 이야기도덧붙입니다.

거지가 질투하는 대상은 백만장자가 아니라 좀더 형편이 나은 다른 거지다,”라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도 같은 문맥인 거죠.

 

-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행복을 추구하려고 하니까, 어떤 조건을 만족시키려다보니 결핍이 생기는 겁니다.

하지만 행복은 발견의 대상이에요. 주변에 널려 있는 행복을 발견하면 되는 겁니다.

 

- 자연환경이 좋은 지중해 사람들은 아등바등하지 않고 삶이 고통스럽지 않고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하지만 반대로 그래서 그들은 삶이 없어진다는 것이 누구보다 슬픈 사람들입니다.

그 찬란한 축복이 나날이 사라지는 거니까요.

그래서 그들은 순간을 즐기며 삽니다. 오늘 하루의 햇살을 소중하게 여기면서요.

 

- 백 년 전의 사람들은 한 두 발로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전부인 시절이었어요.

시간과 거리에 대한 해석을 포함한 우리의 전반적인 상태가 그 시대와 완전히 다른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옛 사람들의 작품은 그들의 삶의 속도를 떠올리며 느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손철주 : 뼈빠지는 수고를 감당하는 나의 삶도 남이 보면 풍경이다.


그러니까 모든 삶이 그 사람하나테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지만 멀리서 보면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죠.

그러고 보니까 모든 근경은 전쟁이고, 모든 원경은 풍경 같습니다.

멀리서 바라볼 때 지게를 지고 가는 아저씨는 낭만적이지만 정작 지게를 지는 아저씨는 뼈가 빠지겠지요.

그래서 사물을 바로볼 때 참 목가적인 풍경이다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면을 바라보게 됐어요.

다 책을 통해 얻는 시선의 확장이지요.

 

-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풍성과 풍부는 다르잖아요. 순간순간을 온전히 즐기라는 말씀이죠.

 

- 무엇인가 늘 소유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소유를 당하는 것이며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다.

 

-산은 내 개인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마음 놓고 바라볼 수 있고 내 뜰처럼 즐길 수 있다.

내 소유라면 저기 누가 들어왔네, 저거 왜 꺽어가, 그러면서 살겠죠.

그런데 다행히도 이 산은 내 개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마음 놓고 바라볼 수 잇고 누릴 수 있다는 겁니다.

 

- 우리는 때로 어떤 일에 너무 많이 집착하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가 찾아오지 않으면 화를 낸다.

모든 원하는 결과는 미래에 대한 기대이며 예측이다.

지금쯤 우리는 미래가 불확실하며 예측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 다시 말해 자신이 원하는 결과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불러온다.


  

  책은 도끼다

    <책은 도끼다 / 박웅현 /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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