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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포루투칼 - 신트라 3일차

10-16 비예보는 없다.

새벽 기차가 출발하는 소리를 들으며 깼다.

 

일요일 이지만 비 예보가 없으니 가자.

기차역 안내 센터에서 버스표와 무어성과 페나성 신트라성 입장권을 샀다.

기차역 안내하시는 분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처음 무어성을 먼저보기로 했다.

버스가 구불 구불 경사진 산길을 올라갔다. 버스에서 내려 시간을 기다리는데 10시가 넘어서도 문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걸어서 가파른 산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10여 분이 더 지나서야 무어성 쪽으로 가는 작은 문을 열쇠를 가지고 온 직원이 열었다.

날은 맑았으나 바람이 불어 차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늦은 봄에 피는 하얀 철쭉이 가을에 만개해 있어서 신기했다.

성벽 쪽으로 가서 좁게 난 성벽의 계단 길을 오르려니 높이도 그렇지만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가뜩이나 무서움 타는 우리 둘이 서로 바들바들 떨면서 올라갔다.

사진을 찍어 주고 보니 완전히 울상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무서워 오르는데 이 성을 어떻게 쌓았을까?

무서움에 간신히 올랐지만 그래도 쾌청한 날씨라 내려다 보는 전망은 좋았다.

 

성벽 사이로는 맞은 편으로 페나성이 보였다.

노랗고 빨간 원색이 꼭 아이들 놀이 동산의 건물처럼 여겨졌다.

산 아래의 신트라성과 집들이 까마득한 아래에 펼쳐져 있고 오래간만에 청명한 날씨라 파란 하늘엔 비행운도 선명하게 나타났다.

성벽을 오르느라 긴장했더니 머리가 아프다며 약을 먹어야겠단다.

잠시 뒤 두통이 멎었는지 표정은 밝아졌다.

 

성벽 아래로 내려서니 커다란 물 저장소가 있었다.

산 정상에서 생활하려면 물이 가장 중요했으리라. 전시물들을 보고 나와서 페나성까지 이정표를 보고 걸어갔다.

 

페나성 입구에는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만들고 있었다.

입구에서 페나성까지 3유로에 가는 미니 버스가 있었지만 기운이 있을 때 걸어가겠단다.

성에 입장해서 테라스 쪽으로 나오니 사진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페나 성 실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보고 꾸몄다고 하더니 비슷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고 알함브라 궁전에서 얼마든지 사진을 찍게했었기 때문에 사진을 못 찍어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도 사진을 찍게 했다면 사람들도 많은데 더욱 지체했을 것이다.

 

뜨거운 코코아 한 잔을 나눠 마시고 내려와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그 좋던 날씨가 비를 뿌리려 하고 있었다.

다행히 비가 오기 전 버스를 탔고 중간에 비가 그쳐 우린 내려서 우리가 좋아하는 골목 산책을 하였다.

골목에서 와인과 쵸코렛 잔에 담아주는 체리주를 파는 곳에서 날씨도 쌀쌀하니 한 잔씩 사서 마시자고 해서 마셨다.

역시 양은 적어도 술은 술이었다.


술을 마시며 서 있으려니 우리 앞 예쁜 가게를 배경으로

여기서 사진 찍으면 좋겠다며 서로 서로 같은 자리에서 친구들끼리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똑같이 선글라스를 끼고 있고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가게 앞에서 찍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언니 고개를 좀 더 왼쪽으로 ~ 응 좋아~" 나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사진에서의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어색하다.

그래서 점점 더 찍지 않으려고 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선 더더욱 어색한 표정 만이 나타나리라.

"근데 저 사람들 왜 전부 똑같이 저런 자세로 찍어? 몸을 약간 옆으로 하고 한쪽 다리를 앞으로 조금 내민 저 자세?"

"아직 그걸 몰랐어? ㅎㅎ 저렇게 하고 찍으면 조금 날씬해 보이거든~~ㅋ"

 

꼬불꼬불 내려오는 차 때문에 약간의 멀미 기운에 술기운이 더해져서 머리가 띵~~했다.

우린 집으로 와서 점심을 먹고는 곤해서 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조금 개운해져서 나가고 싶었지만 창 밖에선 비가 오고 있었다.

어두운 밤에 나가봤자 어제밤 처럼 마땅히 구경할 것도 없고

오늘은 더구나 일요일이라 문 닫은 곳이 많으니 밤 산책은 포기하였다.

 

실내에서 많은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삶이 단순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좋건 싫건 가족들과 부대끼며 사는 그들 나름대로의 생활의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여기 보다 추운 덴마크 사람들이 그 노하우를 살려 '휘게'라는 그들의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완성한 것이다.

경제력만 좋아진다고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도 '저녁이 있는 삶'이 이루어질 것으로 여겨지진 않는다.

 

포루투칼에서 산 재료와 우리나라에서 사 온 카레 가루로 카레를 만들어 먹었다.

카레는 언제나 좋아하는 내 취향의 음식이다.

 

 

<신트라 주요 관광지를 순환하는 버스 노선도와 유적지들> 옆에 출발 시각이 적혀 있어 염두해 두면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