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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포루투칼 - 코임부라 2일째

기온 11~16 비예보 있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하늘은 조금 푸른빛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은 비탈길을 올라 코임부라 대학교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길은 울퉁불퉁한 돌바닥에 방금 내린 비로 인해 미끌거려 걷기가 불편했다.

그 가파르고 좁은 길에도 꽤 많은 차들이 다니고 있었다.

다행히도 비는 오지 않은 상태로 꼭데기까지 올라갔다. 큰 식물원과 정원이 나타났는데 사람이 없어 고즈넉했다.

공원 넓이가 4만평이라고 하였다. 사람이 적은건 좋지만 사람이 없는건 삭막하고 을씨년스럽다. 

우리처럼 이른 시각에 산책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모르는 사람인데도 반갑다.

 

대학 건물쪽으로 오니 점점 등교하는 대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로마 시대 수로로 쓰였던 아취형의 긴 건축물이 멋스럽게 등교길에 자리 잡고 있었다.

헤리포터에서 봄직한 검은 망또를 두르고 등교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대학 건물 앞 광장에는 설립자인 거대한 디니스 왕이 서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고 서 있었다.

도서관 앞 광장에 들어서자 쨍하던 날씨에 갑자기 비가 쏟아져

많은 사람들을 순식간에 건물 안으로 들여보냈다.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사라지자 다시 해가 쨍하고 났다.

대학 건물 문 위의 철제 아취에는 헝겊이 주렁주렁 걸려있었는데

졸업생들이 교복을 찢어 가장 높은곳에 걸어놓는 전통에 의한 거라고 하였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학생들 표정을 보니 여행자인 우리 눈에만 즐겁게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은 즐겁게 공부하는 것인지....내 눈엔 학업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처럼 여겨져서

나의 군대같은 학창시절과 비교되어 부럽게 느껴졌다.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면 친구들과 즐겁게 낭만적인 학창 시절을 보낼수 있을 것 같았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서 점심을 먹으려고 들어간 대학 구내 식당에는

음식에 관한 한 여행자 자격이 없는 내 입맛에 맞는게 없어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오는 중에 그쳤던 비가 강한 바람과 함께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도 뒤집어지기를 몇 차례 하였다. 미끄러운 돌길을 비바람과 싸우면서 악천고투 끝에 내려오니 비가 멎었다.

우리를 시련에 들게 한 것이었나 보다.

다 내려와서 평지를 걷게 되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고 긴장했던 종아리가 뻐근했다.

 

맛집이라고 찾아간 ze Manel dos Ossos 라는 곳에 12시 20분쯤 갔더니 

12시 30분이 되어야 문을 여는 곳인데 벌써 우리 앞에 10여 명의 사람이 줄을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거의 되자 주인이 나와서 어디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듯 사람수를 세고 단호한 표정으로 마지막을 알렸다.

운이 좋게도 우리가 마지막으로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다.

우리 뒤에 섰던 사람들은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우리는 10여 분 기다렸지만 처제는 이곳에 왔을때 한 시간을 기다려서

이상한 내장 같은 걸 먹은 이상한 맛집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했단다.

 

좁은 공간에는 7개의 작은 식탁이 놓여 있었고 14명의 사람들이 좁게 좁게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꼭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려는 아이들 처럼 여겨졌다.

40대 후반에서 50대초반 정도의 세명의 남자가 일을 하고 있었다.

들어온 순서대로 주문을 받아서 우리가 제일 마지막으로 주문을 받았다.

우린 우리나라 감자탕 비슷한 음식과 생선 튀김을 시켰다.

주문을 전달하고 나서는 다시 우리 테이블로 와서는 아주 죄 지은듯한 자세로 미안하다고 해서

식재료가 떨어져서 미안하다는 줄 알았더니 음료수 주문을 안받아서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휴후~~

 

버섯과 함께 요리된 고기도 우리나라 감자탕처럼 여겨져서 먹을 만했다.

생선튀김과 함께 나온 감자는 정말 맛이 있었는데 생선과 고기를 먹느라고 감자 하나는 못 먹었다.

내 위가 작은게 한스러울 뿐이었다.

 

세 명의 주인들은 우리가 먹는 모습을 흐믓하게 지켜보며 우리 음식이 어떠냐는 듯 큰 자부심을 갖고 보는 듯 했다.

나이가 가장 많은 듯한 남자가 서빙을 했는데, 시종일관 유쾌한 표정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들뜬 억양으로 말을 해 기분을 즐겁게 했다.

 

우리가 먹고 있는 사이에 밖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일찍 온 사람들은 아예 식당 안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배가 불러 더 이상 우겨넣을수 없는 상태까지 넣고는 포만감에 가장 늦게 들어갔지만 두번째로 일찍 일어나 나왔다.

밖에는 처음 우리가 줄섰을 때처럼 1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집도 멀지 않고 오전에 강행군을 해서 집에 가서 잠깐 쉬기로 했다.

 

잠깐 쉰다고 누운 것이

4시 반까지 잠을 한 시간 반 가량 잤다.

일어나 나와서 몬데고 강가로 산책을 나와서 다리를 건넜다.

몬데고 강변을 따라서 길게 다음 다리까지 가서 다시 강변을 따라 거슬러올라왔다.

계절은 가을의 한 가운데 있는 듯했고 그런 쓸쓸함이 좋았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옆에선 아까 거리의 악사가 연주한 미뉴에트 곡을 계속 흥얼거리고 있었다.

본인도 어쩌지 못하고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면서 투정아닌 투정을 부렸다.

자기가 그 노래에서 벗어나게 날더러 "다른 노래 좀 불러볼래? 지겨워서 ㅋㅋ"

 

과일을 사자고 시장을 찾아갔더니 7시에 문 닫는다고 알고 갔는데 6시도 안 되어 철시한 상태였다.

작은 슈퍼나 과일 가게를 만나면 시원한 음료수나 과일을 샀으면 했지만 큰 길가에는 없었다.

낮에 과하게 먹은 점심 때문에 시원하고 개운한 것이 먹고 싶었다.

뒷골목을 들어가서야 작은 과일 가게를 만났다.

귤, 복숭아, 감을 사 가지고 오는 도중 참지 못하고 길에서 귤을 3개 까서 먹었다. 속이 시원했다.

 

돌아와 창문을 열자 밖에서 전자 기타 소리가 들려왔다.

우린 문을 열고 듣기로 했다. 코임부라의 거리 음악을......

 

 

 

수도사들이 기증한 4만 평의 식물원은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낯선 사람이라도 만나면 반갑다.

그것도 모녀간 같이 다정하게 보여 염치불구하고 찍었다.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 그 느낌이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