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포루투칼 - 포루투에서 코임부라로...

 포루투에서 코임부라로 가는 날이다.

그런데 코임부라 숙소가 취사가 안 된다는걸 출발하는 이제서야 알았단다.

그래서 있는 쌀로 몽땅 밥을 해서 이렇게 비닐 봉지에 담았노라고 미안함과 자랑스러움이 섞인 표정으로 들어보여준다.

내가 자고 있는 사이에 밥을 해 놓은 것이었다.

그 정성에 4박5일간 코임부라에서 밥을 이따금씩 먹어도 난 뭐라고 하면 안되는 것이다.

 

밖에선 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어, 일기예보가 100% 적중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무리 우기라 하더라도 내 평생 8일동안 내린 비는 처음이었지 아마.

 

마지막날 우린 포루투에서 3대 에그타르트집 중 하나인 곳에서 에스프레소와 에그타르트를 먹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에스프레소 예찬론자가 될지를...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커피는 입에 대지도 않았었는데 말이다.

그러므로 무엇이든 섣부른 예단은 경험 해보기 전엔 금물인 것이다.

 

이따가 점심을 기차 안에서 먹어야 할 것 같다며 빵집에 들러 빵을 사 가지고 나오더니

빵 집 앞에서 한 푼 달라는 이에게 동전을 건넨다.

빵값의 두 배를 주었단다. 그만큼 빵값이 싼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어디 갈까?

11시까지 시간이 남았는데, 동루이스 다리에 가서 다시 포루투의 도우루강을 내려다보자고 해서 길을 돌렸다.

가다가 대성당 근처에 다다르자 지날 때마다 듣던 트렘펫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다시 가던 길을 돌려 그곳으로 가자고 이끌었다.

트럼펫 소리가 나를 잡아 당긴 것이다.

비가 오는 속에서도 비를 피하지도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서 트럼펫을 불고 있었다.

어쩌면 내리는 비가 그의 뜨거움을 식혀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붉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내가 원하는 걸 하는 사람은 얼굴의 빛도 달라보인다.

 

달랑 동전 하나 뿐인 그의 가방에

동전 두개를 놓아 내가 3번이나 인상적으로 들었던 트럼펫 소리의 값을 치뤘다.

 

되도록이면 일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감상에 젖지말고 오버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빗속에서 듣는 트럼펫 소리, 더구나 포루투를 떠나는 날 듣는 멜랑코리한 소리에 감상에 젖게 되었다.

 

지금껏 여행 다니면서 카톡을 거의 보내지 않았지만,

포루투를 떠나 새로운 도시로 가는 오늘은, 아는 사람 모두에게 현재의 감정을 전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내 마음을 보내려다 말았다. 내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같이 느끼자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고,

오히려 받는 사람들의 심사만 뒤틀리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어쩌면 포루투에 다른 사람하고 다시 온다면 지금 이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없을거라고 말했다.

그건 함께 경험한, 우리 두 사람만이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동 루이스 1세 다리 쪽으로 길을 꺾어들었음에도 트럼펫 소리는 여전히 따라왔다.

비가 와서인지 다리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다리 아래로 우리가 다닌 길들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우리가 처음 온 날 푸른빛이었던 열매가 이젠 제법 노랗게 변해 있었다.

커다란 벽화의 남자 얼굴도 멀리서는 동양인처럼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아닌것 같았다.

우리가 다시 오는 날이 있다면 저 벽화의 남자는 같은 포즈로 우릴 맞았으면 좋겠다.

다리에서 올라오니 다시 트럼펫 소리가 들렸다.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뀐 줄도 모르고 멀찍이서 쳐다보며 트럼펫 소리를 들었다.

지금은 알토 섹스폰 소리처럼 들린다.

등 뒤로 따라오는 그 소리가 비바람 속에서도 편하게 길을 안내하였다.

 

"저것 좀 봐~ 갈매기가 쓰레기 봉투를 쓰레기 통에서 꺼내 뒤지고 있네~~"

거리에 널브러진 쓰레기들의 범인은 갈매기들이었던 것이다.

 

돌아와서 젖은 신발과 옷을 말리면서 쉬었다.

쉬면서 눈이 뻑뻑한 것 같아 인공 눈물을 눈에 떨어트렸다.

난방기 옆에 놓았던 인공 눈물은 따뜻하게 눈에 떨어지더니 눈물처럼 주루룩 흘러내렸다.

본의 아니게 뜨거운 눈물을 흘린 것이다.

때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이유를 대기 힘든 까닭으로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가 있기도 하다.

누구나 살다보면 그럴 때가 있는 것이다.

 

다행히 상 벤투역으로 향하는 중엔 비가 그쳤지만

갈아타기 위해 캄파니아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중엔 다시 비가 내렸다.

 

포루투를 떠난다.

포루투의 좋은 점을 꼽으라고 하면 트렘, 히베리아광장, 현대미술관, 동루이스 1세 다리, 그리고 대성당 앞 트럼펫소리.....

옆에서는 포루투하면 트렘, 에그타르트,감이라고 나와 다른 감상을 말하고 있었다. 공통분모는 트렘이었다.

 비가 내려도 춥지는 않아 빗속에서의 7박 8일이 나쁘지 않았다.

 

캄파냐역에서 코임부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기다림이 지루해서 역 주변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60이 넘어도 진득하지 못한건 어쩔수가 없다. '5분 이내로 와야 돼~~'그럼 나는 조금씩 시간을 어기곤 했다.

 

기차를 타고 코임부라로 향하였다.

기차에 올라 짐 칸에 두개의 캐리어를 올려 놓고 출발 전까지 캐리어 옆에서 지키고 있으려고 서 있는데

허겁지겁 기차에 오른 젊은 부부가 티켓을 나에게 보여주며 영어로 좌석 위치를 묻는데,

우리나라 사람같아서, 한국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한국 사람이라고 반갑게 우리말로 다시 물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리스본행 티켓은 우리가 타고 있는 11호보다 한참 뒤인 24호였다.

인사를 하고 그들은 서둘러 내렸다. 한참 뒤라서 진땀 흘리며 가야 했을 것이다.

 

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차가 약간 커브를 트는가 싶은 순간,

짐 칸의 캐리어 2개가 와장창 미끄러져 떨어졌다. 승객들이 놀라 쳐다보았다.

그중 하나는 와인과 야드로 인형이 든 우리 캐리어였다.

황급히 가보니 캐리어 한쪽이 깨져있었다. 그만큼 충격이 컸던 것이다.

 

떨어진 캐리어를 우리 자리로 끌고와서 열었다.

와인 병은 깨지지 않았고 야드로 인형도 무사한것 같았다.

캐리어를...신경쓰느라 더운지 목이 마른지....배고픈지도 모르다가 진정이 되자

더워서 패딩을 벗고, 물도 먹고 빵도 꺼내 먹었다.

 

검표원은 티켓은 검사 안하고 여권으로 승객임을 확인하고 끝이었다.

만일을 대비한 것이지만 번거롭게 휴대폰에 티켓을 내려받고 종이로 출력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1시간 후인 1시 47분 코임부라에 도착하였다.

 

<포루투에서 코임부라 가는 방법- 1시간 정도 소요됨>

쌩투역 8번 승강장에서 한 정거장 ~ 콤파니아 역에서 기차로 갈아타고~ 코임부라 B 에내려서 전철로 갈아타고 한 정거장가서 코임부라에서 내림.

 

3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우리가 40여 분을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일단 약속 장소를 찾아두기로 했다.

구글 지도가 지시하는 대로 가려니 계단이 많아 가능한 계단이 적은 길을 택해 찾아가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잠시 비를 피하면서 기다렸다. 바지가 젖어오고 한기가 올라와 더욱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포루투보다 남쪽인데 더 춥게 느껴졌다. 11월이되어 가을이 깊어가니 점점 더 추운 것은 당연할 것이다.

기온을 보니 14도이고 포루투도 12도를가리키고 있었다.

날이 점점 추워지니 포루투를 먼저가고 코임부라, 신트라 다시 리스본 이렇게 남쪽으로 내려오자고 한 것이다.

 

신장은 190cm가 넘을 듯하고 몸무게는 130킬로는 족히 나갈 것같은 거구의 남자가

기다리는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10분 정도 지난 시간이었다.

먼저 사용하던 사람에 의해 방의 일부가 파손되어 수리 중이니 다른 방으로 바꾸어 주겠단다.

공손한 태도의 헐크같은 자세로 번역기를 큰손으로 입력하는데 포루투칼어를 치는 즉시 한글이 나타나 보여주기도 전에 이해할 수 있었다.

예약한 방보다 더 좋은 방이란다. 폴투칼 사람들에겐 영어보다는 불어가 더 친숙하다더니 그걸 증명하는 듯 영어 사용을 어려워 했다.

 

번역기가 있으니 그사람이나 우리나 굳이 서로 짧은 영어로 소통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와이파이와 비번을 알려준 후 거구의 남자는 가고 그가 건네준 열쇠로 문을 열고 닫아보았다.

한 사람은 안에 다른 사람은 밖에서 열쇠의 원활한 사용법을 익혔다.

새로운 숙소에서 열쇠를 받아들었을 때마다 우리가 하는 기본 메뉴얼이다.

 

코인부라의 첫인상은 대학 도시라서 그런지, 리스본이나 포루투에 비해 관광객이 적고 깨끗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커피 포트는 있지만 조리 해먹을 수 있는 다른 시설이 없고, 세탁기가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4박 5일이니 능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캐리어 안에 인형이 작은 손상이라도 없나 다시 한번 자세히 확인 해 본다고

박스 안에 휴지로 감싼 인형을 꺼내 이상없음을 확인하고는 표정이 밝아졌다.

사람들마다 각자 소중하게 여기는게 있는 법이다.

 

잠시 쉬다가 몬대구 강가로 나왔다.

다리 건너편은 다음에 가 보기로 하고 안내 센터를 찾아 지도를 얻고 주요 포인트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나왔다.

 

하나 둘 불을 밝히는 상점들의 물건들이 리스본과 그리고 포루투와도 조금 달랐다.

 하얗게 생긴 빵같은 것은 무척 달게 느껴지고 사기에도 부담스럽게 커 보였다.

 

점심을 빵으로 대충 때운 터라 시장기가 돌고 집엔 조리기구가 없으니 밖에서 해결해야 했다.

 

차가 들어가기에도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가 거무티티한 색의 옷을 입은 남자들만 왁자하게 들어찬 집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들어가서 어떤 집인지 보고 나오겠다고 들어갔더니 생선 튀김이나 우리나라의 전같은 것을 앞에 두고 술을 먹는 남자들로 차 있었다.

음식을 다 먹고 나가던 한 손님이 날더러 여기 음식 좋다는 듯 엄지척을 해 보인다.

 

메뉴판도 없어 우린 진열된 음식을 손으로 가리켜 주문을 했다.

다 먹고나서는 다시 옆 테이블 위의 음식을 손가락질하여 더 주문을 했더니 웃으면서 알았다고 하며 내왔다.

달걀 말이처럼 생긴 안에 고기가 들어 있었다. 조금 짜긴 했지만 맛있었다.

 

우리가 빵을 다 먹고나니 "빵?"하고 더 가져다 줄까 물어본다.

그럴때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빵"이란 말을 쓰는게 신기했다.

빵이 포루투칼어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가격은 6유로 정도 나왔다.

나오는데 내 뒤 테이블에 두 남자가 와인과 함께 먹고 있는게 궁금해서 돌아보니

나에게 한 조각을 건네며 먹어보라고 해서 집어 들었더니, 당신 아내도 가져다 주라고 하나를 더 건네면서 웃는다.

 

거친 남자들의 은밀한 장소로 여겨진, 밖에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정겨움에 다음에 다시 한번 오기로 했다.

어쨌거나 밥이 아닌 것으로 한끼 해결한 것이다.

 

돌아와서 날씨를 검색해보니

코임부라도 우리가 머무는 4박 5일중에 단 하루만 비소식이 없고 4일 간 비가 온다는 예보다.

 

자려고 생각해보니

한국은 지금 출근 준비로 바쁠 시간이다.

4번째 도시 코임부라에 도착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