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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퇴근 Homecoming

<나의 삼촌 부르스리><고래><고령화 가족> 등 그동안 읽은 천명관의 소설은

일단 재미가 있고,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이 작가의 소설을 찾아 읽게 된다.

 

MB가 권력을 손에 넣을 때부터

한국의 미래에 대해 많은 근심과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었다는 작가는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설 속의 장면은 암울한 회색빛이다.

외국인 아내는 삶이 어려워 집을 나갔고 직업도 없이 혼자 몸이 안 좋은 아이를 키우는 남자.

아이의 손을 잡고 길게 줄을 서서 바우처를 받으려고 서 있다.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있는 사람이 많자, 사람들은 이 사람들을 일컬어 '담요'라부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담요'는 슈퍼리치와 대척점에 있는 것이다.

줄 사이사이에서 장기밀매를 권하는 사람, 이런저런 찌라시를 건네며 유혹하는 사람들.

 

한국의 미래 어느날 모습이다.

실업자가 급증하고 거리 곳곳에서 시위와 폭동이 일어난다.

오래전에 정부는 사라지고 없다.

모든 부와 권력, 정보와 조직을 장악한 10%의 슈퍼리치들 밑에서 떡고물을 받아먹으며 충복 노릇을 하던 정부와 관료들은 회사에 흡수되었고

정부의 모든 업무는 채 백명도 안 되는 회사의 국가운영부라는 이름의 작은 부서로 이관되었다.

계엄령이 선포되고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

폭동이 진압되고 국가운영부에서는 실업자들에게 바우처를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10%의 슈퍼리치들이 모든 것을 소유하고 세상을 굴리며 담요라 불리는 90%의 실업자를 먹여 살린다.

빈익빈 부익부가 극도로 심화된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소설.

사람들의 꿈은 회사원이 되는 것이다. 고급음식점이나 백화점은 회사뱃지가 없으면 출입이 불가능했다.

슈퍼리치들은 물건 수집하듯, 취미 활동하듯 아이들을 입양하며 자랑한다.

 

그들은 더 이상 상품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돈을 굴려 돈을 버는 자본소득에만 열을 올렸다.

공장도 기계도, 골치 아픈 노동자도 까다로운 소비자도 필요 없었다.

돈을 굴리는 일은 소수의 전문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어서 고용도 문제가 아니었다.

자본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아메바처럼 스스로 증식을 거듭해 괴물처럼 점점 더 몸집을 불려나갔다.

반면에 한때는 성실한 노동자였고 순진한 소비자였던 이들은 이제 짜봐야 똥밖에 안 나오는 쓸모없는 담요로 전락하고 말았다.

 

주인공 남자도 결국엔 아이를 입양을 보내기로 결심하고 입양 마지막 날.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고급 음식점에 가서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거한 식사를 한다.

최후의 만찬처럼........

 

황당하게도 식사 값을 지불한 사람은 사라진 남자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를 만나는 마지막 설정은 다소 뜬금없어 보인다.

 

- 아버지 왜 우리를 버리신 거예요?

- 아니야. 난 너희를 버린 게 아니라 아직도 퇴근을 못한 거야.

 

빈인빈 부익부가 심화되어 소수의 슈퍼리치들이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된 미래의 모습이다.

우리 다음 세대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책의 내용과 달리 행복하려면 어찌해야하는지,

지금 고민해야 할 시기라 생각되었다.

 

 

<퇴근 Homecoming / 천명관 /()아시아>

 

  <밑줄긋기>

-몇 년 전부터 슈퍼리치들 사이에선 아이를 입양하는 게 유행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한 편 노블레스 오블레주를 실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해,

 슈퍼리치들은 경쟁적으로 더 많은 입양아를 원했고, 한가정의 입양아들로만 구성된 축구단이나 성가대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최근 팔순을 맞은 한 슈퍼리치는 자신의 나이에 맞춰 여든 명의 아이들을 한꺼번에 입양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아이들은 그의 생일파티에서 유니폼을 맞춰 입고 부자 아버지를 맞은 행운을 뮤지컬로 표현한 축하공연을 선보였다고 한다.

 

- 미래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선을 연장한 것이다.

따라서 나는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진 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면 미래를 짐작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에 대해 나는 가능한 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후에 다시 작품을 읽어보니 어쩔 수 없이 그 안에는 나의 절망과 분노가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의 말> 중에서

 

 

 

책을 보기 전 하늘은 파란 하늘이 제법 드러나 보였는데....

 

 

책을 다보고 난 뒤 올려다 본 하늘은 구름이 가득해서 책 내용만큼이나 우울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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