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며
주머니 속에 시간을 두둑하게 넣고 나온다.
주머니가 두둑하니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오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며
나무들의 냄새가 코로 스며든다.
그럴땐 아낌없이 주머니를 연다.
구구구구~~깍깍~~소리 말고도
새소리가 몇 가지 늘어났다.
만져보지 않던 나무를 퉁퉁 쳐서 소리를 듣거나 쓰다듬어본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
저 높은 하늘에서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어떻게 정확하게 과녁의 한 가운데를 맞추는지
그 비밀을 알아낼 수도 있었다.
두둑한 주머니 탓이다.
하지만 당연히
돌아올땐 주머니가 홀쭉해진다.
함께 산책을 할 때 가끔,
"영감 같이 너무 걸음이 느려졌어~ 좀 빨리 가요."
하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그렇다.
주머니 속에 시간이 넉넉하면
영감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아저씨에서 영감으로,
지상에서 영원으로,
나에서 또 다른 나로,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