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밑줄긋기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망가져 있습니다.

대한민국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다 만나봤습니다. 대부분 정상이 아닙니다.

본인만 모릅니다. 상식적으로 한번 생각해봅시다.

그 위치까지 가려고 도대체 얼마나 미친 듯 살았겠습니까?

얼마나 이를 꽉 깨물고 버텼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경쟁자들을 밟고 그 자리까지 갔겠습니까?

그런데도 자신의 몸과 마음이 형편없이 망가져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주위 사람들은 다 압니다.

그가 가진 돈과 권력 때문에 아무 말 하지 않을 따름입니다.

그러다가 다들 한 방에 훅 가는 겁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적 공간, 즉 배후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간의 존엄은 이 최소한의 배후공간이 있어야 유지된다. 교도소는 범죄에 대한 징벌로 이 배후 공간을 박탈한다.

여러 명이 좁은 방에서 함께 생활하며 화장실까지도 공유해야 한다.

사적 공간의 박탈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깨달아야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들이 건들기만 해봐라하고 이빨 꽉 깨물고 사는 이유는 바로 이 배후 공간의 부재 때문이다.

 

- 사람의 일이란 우연이라고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

운수나 재수가 7할이고 재주나 노력이 3할이라는 운칠기삼이라는 고사성어도 그래서 나온거다.

비교적 삶의 방식이 단순했던 그 옛날에도 운이 7할이나 되었다는 말이다.

사회 구조가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해진 오늘날, 운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 성공 처세서의 배후에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는 개인주의적 세계관이 숨겨져 있다.

 

- 턱없이 밀어붙이는 철없는 낙관주의의 폐해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 남에 의해 바뀌면 참 힘들다.

 

- 독일에서는 주말 프로그램에서는 꼭 소프트 포르노를 틀어줬다.

독일에 처음 유학가서 크게 놀랐던 중 하나다. 엄청난 문화 충격이었다.

매 주말마다 눈이 벌게지도록 봤다. 그러나 한달 꼬박 보고 나니 이내 심드렁해졌다.

음란함에 대처하는 아주 특이한 독일식 처방이었다.

 

-일과 삶의 조화, 번 아웃과 같은 개념도 내가 가장 앞서 도입했다.

정부 회의 기록, 연구 보고서를 찾아보면 그 흔적이 다 나온다.

그 과정에서 내 몸과 마음은 심하게 망가졌다.

늘어난 주말의 시간을 즐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정말 내게 많이 고마워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내 책 한 귀퉁이에서라도 생색을 내보는거다.

 

-우월한 사람의 시기심이 더 무섭다. 있는 사람이 더한다는 이야기다.

독일의 시기심 전문가(?) 룰프하우블은 간격시기심이라고 정의한다.

한참 아랫것이 어느새 부쩍 자라 자기 자리를 치고 올라오는 것에 대한 윗사람의 불안이 적개심으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프로이트가 수제자인 융의 급성장을 견디지 못해 자기 학파에서 쫓아내고, 평생 증오했던 경우가 바로 그렇다.

 

-어떤 문화권이든 빠지지않는 공통 잠언이 있다. 바로 겸손하라다.

폼 잡고 싶어 그렇게 고생했는데, 이젠 또 겸손하라고 한다. 환장한다.

도대체 왜 인간은 꼭 겸손해야만 하는 걸까? 간단하다.

다른 사람들의 시기심을 자극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의 시기와 질투는 유난히 강하다. 압축성장 때문이다.

경제적 풍요가 서서히 이뤄진 서구 사회의 경우에 질투 관리체계, 즉 문화가 세련되고 은말하게 진행되었다.

그 결과 신분의 차이나 빈부 격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나 경제적 풍요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었던 한국 사회는 질투 관리에 소홀했다.

 

경제적 풍요도 정당한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정경유착 같은 비정상적인 수단이나 갑작스러운 땅값 상승과 같은 운의 결과로 여겨졌다.

실제로도 그랬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시기와 질투는 아주 쉽게 정당화된다.

문제는 시기와 질투의 정당화가 분노와 결합할 때다.

한 사회의 미래가 불분명해지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한국 사회에서 질투 관리는 상당 기간 아주 어려운 과제가 될 듯하다.

 

- 한국 사회가 온통 분노와 적개심에 가득 차 있는 까닭은 매번 말도 안되는 이분법을 강요당하기 때문이다.

요즘 기본의 여당 야당과는 다른 새로운 당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가 큰 이유도

네편 - 내편,보수 진보의 이분법적 에서 이젠 제발 좀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일본의 집단심리학적 특징이다.

일본인이 친절한 이유도 두렵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해진 룰 안에서만 친절하기 때문이다. 그 틀을 벗어나면 태도가 돌변한다.

 

-문제야 어느 사회든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문제 해결방식이 이토록 거칠고 투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분단 때문이다.

분노와 적개심이라는 낡은 집단심리학적 상처는 이 황당한 분단 상황 때문에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 통일된 독일을 살펴보니 분단의 상처는 분단의 시간만큼이 지나야 치료된다.

70년 분단 시간을 보냈으면 또 다른 70년이 지나야 심리적 상처까지 아문 진정한 통일을 이룰 수 있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니 갑자기 많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는 일본이 분단되었어야 옳기 때문이다.

전쟁의 책임으로 독일이 도서로 나뉘었듯이 일본도 동쪽 섬 두 개 서쪽 섬 두 개로 나뉘었어야 옳다.

일본은 큰 섬이 네 개라 나누기도 아주 편하다.

 

-홍명보 감독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자신은 준비가 안되었다고 그렇게 고사하던 홍감독이었다.

그런 그에게 우리는 당신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며 그토록 간절하게 감독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참 아쉽게도 그의 대표팀은 모든 경기를 정말 거지같이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홍감독에게 엿팔매질 할 일은 결코 아니었다.

월드컵 준비 기간에 땅을 샀느니, 감독 사퇴선언을 하면서 청바지를 입고 나타났느니 하면 비난을 퍼붓는 것은 한마디로 지나치다.

홍감독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라 정말 환장하지 않겠는가?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김정운 / 21세기 북스>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렌드코리아 2019  (0) 2019.05.25
내가 사랑하는 도시 로마  (0) 2019.05.15
이상하고, 이상하고, 이상한 일  (0) 2019.03.14
말의 품격  (0) 2019.03.12
고수의 생각법  (0) 2018.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