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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터키 - 이스탄불에서 8일째 (돌마바흐체 궁전)

오늘도 비소식 6도 11도

 

새벽에 벽을 타고 어린 갈매기들의 끼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우리 아파트 벽 쪽으로 갈매기들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커피를 마시며 창 밖으로 바다 건너 아시아 구역을 본다.

유럽과 아시아가 함께 있고, 이슬람과 카톨릭이 섞여 있는 이스탄불,

수많은 정쟁과 나와 다른 이교도들을 받아들이면서 뒤섞인 나라.

그것이 위정자들에 의해서건, 강자들에 의해서건간에.

 

그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야하는 일반 백성들은 얼마나 혼돈 스러웠을까?

흑이면 어떻고 백이면 어떤가?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생존본능으로 '내 한 목숨, 우리 식구 목숨만 부지하면 되는거지.'

이런 생각 속에 그저 어떤 종교이든 받아들이고 융화하려 애쓴건 아닌지.

 

매일 그러하듯 오늘도 유럽 끝자락에서 아시아 끝자락으로 갔다.

트램을 타고 종점인 카바티스 역에서 내렸다. 내려서 역 주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보았다.

정거장 벽을 따라 크게 한 작가의 작품이 복사품으로 크게 전시되어 있었다.

트램을 타고 지나가다가 언제 내려서 한 번  봐야지 했는데 오늘 보게 되었다.

 

비가 조금씩 내렸지만 우산을 쓴 사람은 별로 없었다.

선착장에서 아시아 쪽 가는 배와 투어 시간등을 보고 돌마바흐체 궁전에 들어갔다.

비가 와서 입구에는 발을 싸는 비닐 덧신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궁전 내부는 사진 활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궁전 내부는 침실, 목욕실, 접견실로 쓰이는 커다란 홀, 악기 연주하는 음악실, 도서실겸 집무실, 박물관 등

마치 파리의 베르사이유 궁전과 비슷한 그런 형태였다.

다만 그때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보다 사람이 적은 것은 좋았다.

당시 베르사이유 궁전 입구에서 프랑스 안내원이 우리말로 '가방 앞으로~~가방 앞으로~~'를 외치던 소리 만이 더위와 함께 기억에 남는다.

 

 한 중국인 관광객이 사진을 찍다가 제지를 받았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곳에 있는 샹들리에는 배경과 함께 나도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궁전을 나와 다시 함시 집에 들렀지만, 점원은 '노 함시~~'라고 하면서 웃는다.

'에고~~ 참 함시 두번 먹기 힘들다.'

하는 수없이 어제 슈퍼에서 괴즐레메 만들어 보려고 샀던 밀반죽으로

칼국수처럼 썰어서 칼국수를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구워먹게 만든 반죽이라 그런지 풀처럼 풀어졌다.

그래도 못 먹을 정도는 아니어서 한 끼 떼웠다.

 

오후에 다시 나오려니 비는 오지 않았지만 잔뜩 흐렸다.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그리 오래지 않아 역시나 비가 내린다.

우산 안 쓴 사람들도 꽤 있으니 우리도 우산을 쓰지 않고 블루 모스크에 갔다.

입구에서는 지금 기도 시간이라 들어가지 못 한다고 CLOSE 라고 쓴 팻말을 가리킨다.

 

겸사 겸사 ...또 다시 카페를 찾았다. 고풍스런 카페를 가자고 찾아갔다.

짜이와 키넵이라는 전통음식을 시켰는데 키넵은 안에 치즈가 들어있었다.

커피가 익숙해졌는데 이젠 짜이가 익숙해질 것 같다. 세상에는 길들여지지 않는게 없나보다.

 

슐탄 아흐켓 3세의 샘을 보고 주변을 더 돌아보려다가 비가 너무 거세져서 돌아섰다.

블루 모스크 기도 시간도 끝났을 것 같아서 블루 모스크 쪽으로 갔다.

모스크 안에는 지난 번에 왔을 때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입구 계단 아래쪽에  손과 발을 씻는 장소가 길게 마련되어 있었다.

신심이 깊어 보이는 무슬림들은 정성껏 손과 발을 닦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들어갔다.

 

모스크에서 나와 슈퍼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데 다른 남자를 난 줄 알고 팔짱을 끼려다가 화들짝 놀란다. ㅋㅋ

대학 노트에 영수증과 이런 저런 팜플렛을 붙였다.  

창 밖의 하늘에서는 비가 쏟아지는데도 갈매기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날고 있었다.

 

노래가 듣고 싶어서 휴대폰에 있는 음악을 틀었다.

조관우의 길, 김연우의 사랑할수록에 이어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을 듣는 순간 아잔 소리가 들린다.

'잘못된 만남과 아잔이 잘못 만났네' 하며 듣고 있는데, 이질적인 두 소리가 그럭저럭 어울려서 웃음이 났다.

빠른 박자의 잘못된 만남에서 아잔 소리가 강박 만을 연주하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사자고 졸라 사 가지고 온 가지를 구워서 참기름 소금을 찍어 반찬으로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앞으로 종종 해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