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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터키 - 이스탄불에서 6일차

흐림

하지만 장장 40시간 이상 오던 비가 멈췄다.

날은 잔뜩 흐렸지만 더 이상의 비온다는 예보는 없다.

아침에 40분 가량 마늘을 깠다. 정말 여행와서 시간을 이렇게 마늘을 까면서 보내다니....

아침을 먹고 또 커피를 마시면서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고 마늘을 깐 시간만큼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시간이야말로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여행을 오면 일분 일초가 아까워 무엇인가 해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점차 그런게 덜해진다.

 

작은 새 한마리가 큰 갈매기가 날자 흠칫 놀라 날던 방향을 바꾼다.

이 바다 위에선 갈매기들의 상위 포식자는 없어 보였다.

인간은 상위 포식자가 없어 우리끼리 서로 편을 나누어 싸우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고학 박물관을 가기 위해 길을 가다가 묘지가 있어서 들어갔다.

둥근 기둥 모양이 줄지어 서 있고 몇몇 묘지 위에는 식물들을 키우기 좋게 구멍을 뚫고 화분처럼 만들어 놓은 곳도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묘지 위에 뿌리가 뻗을세라 뽑고 또 뽑았는데

죽은 자를 대하는 방식이 나라마다 종교마다,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차들이 별로 없었지만 가족 단위의 나들이 나온 사람들은 평상시보다 많았다.

동방정교회 교회당인 아야이리니에 들어서 보니 엄청 높고 넓은 구조에 오래된 벽의 색깔이 보여주는 느낌이 별천지에 온 느낌이 들었다.

공연등이 있을 경우에만 개방 하였었는데 2014년에 일반에게 공개되었다고 한다.

높고 넓은 공간에서 음악회가 열린다면 정말 장관일 것 같았다.

문 안과 밖이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곳을 나와 고고학 박물관에 들어갔다. 워낙 많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그릇들....옛날 물건들....

도자기....하나하나 소중하겠지만 너무 많아 쓱쓱~지나치며 보게 된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새침한 날씨라 도중에 셀럽과 짜이를 시켜서 먹고 또 박물관을 돌았다.

 

어떤 유물들은 밖에 비를 맞으면서 그대로 방치된 듯 놓여 있었다.

독일이나 다른 유럽에 있었다면 소중하게 실내에 유리로 밀폐된 공간에 잘 진열되어 있었을 법한데 말이다.

그랬다면 이렇게 코 앞에서 보거나 사진을 찍거나, 어떤 사람들은 만져보기도 하던데....그렇게 할 수는 없었으리라.

독일 베를린 페라가몬 박물관에서 본 앗시리아 유적을 여기서도 볼 수 있었는데 페라가몬 박물관에 비해 적었다.

 

히포드롬 광장에 몸만 남아 있는 뱀의 머리 셋 중 하나가 이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뱀 세 마리가 어떤 식으로 꼬고 있었는지 그림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토기, 낚시 도구들, 미라, 관, 문자나 문양이 조각된 돌들, 동물 그림이나 모자이크 작품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을 새긴 조각 작품, ,,,,

한 장소는 지금 한창 수리 중이라 문을 닫고 있었는데도 이 정도이니 전체 유물들의 양은 엄청날 것 같았다.

 

돌아오는 도중에 케밥집에서 치킨 케밥을사러 들어간 가게에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는데 어제 이어 오늘도 폭설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사 가지고 온 케밥은 우리나라 이태원에서 파는 것보다 맛이 없었다.

투덜거리면서 대신 가져온 라면을 끓여서 먹었다.

 

오후에 트램을 타고 내려서 다시 튀넬....타고 탁심 광장에 올라갔다.

일요일인데다가 어제 그제 비올 때와는 달리 사람이 엄청 많았다.

이스티크랄 거리엔 그야말로 인산인해 라서 만일을 대비해서 경찰들도 경비를 서고 있었다.


탁심광장에서 갈라타 탑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페라 뮤지엄을 찾아갔다.

법학자이자 화가이면 고고학자인 오스만 함디 베이가 그린 <거북이 조련사>가 대표적 작품이라고 하였다.

2004년 350만 달러에 판매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층에서는 우리나라 무속 신앙같은 장면이 여러대의 수신기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5층에서부터 차례로 내려오면서 관람을 하였는데 5층에서 이스탄불의 시가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1,2층은 상설전시고 3~5층은 특별전으로 전시하고 있었다.

처음엔 무료라고 알고 갔는데 입장료를 20리라를 받았다.

하지만 20리라 가격으론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상점에 들러서 가방을 하나 들어보이더니 

"이 가방이 만원이야~~ 단돈 만원~ 엄청 싸지?" 그러면서도 사지 않는다.

싸지만 사고 싶은 생각이 없었보였다.

  

튀넬을 타고 내려와서 트램으로 갈아타고 돌아왔다.

오는 도중에 터키식 목욕탕이 있었서 궁금하여 들어가보았다.

입구에서는 터키식 목욕하는 방법이 자세하게 영상으로 반복해서 소개되고 있었다.

우리처럼 물이 고여있는 탕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굳이 들어 가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궈 피로를 푸는 방식이 아닌데다가 낯선 방식이라 주저하게 된다.

 

인터넷 뉴스로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을 당한 소식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다.

딸가진 부모 마음에 감정이입이 된다.


아침에 깐 마늘과 슈퍼에서 산 닭고기로 삼계탕을 끓여 먹었다.

 

 

 

페라뮤지엄 5층에서 내려다 본 이스탄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