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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탈리아 - 베네치아 : 아카데미아 미술관

아들에게서 휴가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갔다고 연락이 왔다.

휴가를 보내려고 KTX가 아닌, 차를 몰고 올라왔기에 차를 몰고 내려가는 아들이

무사히 도착할 때까지 걱정을 하더니 도착했다는 메세지에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딸 아이에게선 연락이 없다.

나도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하던가 메세지를 보내라고 별도의 카톡을 보냈다.

한참 후에야 공연 중이었다고 죄송하다는 메세지가 왔다.

죄송하다는 메세지를 받은 건 처음이다.

 

잠시 모녀간에 통화를 하고 나더니 갑자기 마약을 한 사람처럼 표정이 더욱 밝아졌고

나가자고 하는 것이다.

아무리 날이 더워도 충분히 견딜 힘을 얻은 것이다..

사막에서 걷다가 오아시스를 만나면 저런 표정일 것이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강하고, 또 약하다.

어쩌면 표정이 저렇게 180도 달라질까?

아이들이 편안하게 잘 있다는 소리에 말이다.

 

발바닥이 아프다고 했으면서도 얼마든지 걸을 수 있다는 듯 걸음걸이가 씩씩하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가기로 했다.

아카데미 미술관 입장료는 1인 12유로였다.

조반니 벨리니,조르조네,틴토레토,티치아노등 베네치아의 거장들의 작품들이 있는 곳이다.

 

미술관을 나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자고 해서 들어가 3가지의 토핑을 골라 받아가지고 나왔다.

아무리 맛있는 이태리 아이스크림이라고 해도 난 내 가방의 얼음 물이 제일이지만

혼자 먹으라고 할 수 없어서 나도 한 개를 들고 나와서 그늘에 서서 먹고 있었다.

 

그때

신혼 부부인듯한 한국인 젊은 남녀가 지나가는데 남자가 두어 걸음 앞서가고

하이힐을 신고 레이스 달린 하얀 치마를 입은 여자가 따라가고 있었다.

그녀는 차림새와는 어울리지 않게 1.5밀리 패트병의 물을 연신들이키며 가고 있었다.

 "여기서 만나기로 한 거 아니였어?"하고 앞서가는 남자의 등 뒤에 짜증섞인 소리를 던졌다.

남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가는데 내 귀에는 왜 이렇게 잘 들려오는지,

오래간만에 듣는 옥타브 높은 소리의 한국말이라 더욱 잘 들어왔다.

 

잠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사이 우리 앞을 지나간 남녀는

또 다시 우리 앞을 반대 방향으로 지나갔고, 여전히 남자가 앞에서 여자는 뒤에서 패트병을 들고 간다.

 

날도 덥고 뭔가 틀어지면 천국은 금세 지옥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일시적인 일일테니, 곧 저 두 젊은 부부에게도 천국같은 나날이 찾아올 것이다.

 

조금 걷다가 우린 배를 타는 곳이 나오면 배를 타기로 했다.

길이 있을 법한 곳에는 길이 없었고, 길이 없을 법한 곳에 길이 있었다.

그렇게 헤매고 와서 씻고 누워 꿀잠을 잤다.

왜냐.....아이들이 잘 있다는 소식을 들어서......

 

 

 

 

아카데미아 미술관 입구

 

 

 

 

 

 

 

 

복원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