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교실은 더욱 더 개인 사무실처럼 폐쇄화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든다.
다들 바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굳이 피곤하게 교류를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같은 학년 선생님들조차 일주일에 한 번 업무 협의로 만나는 시간이 유일하다.
필요한 대화는 쿨~~하게 쿨 메신저로 대신하고 필요한 수업 자료는 인디스쿨에서 구한다.
속 깊은 이야기는 닉네임으로 얼굴 모르는 낯선 이들에게 하고 대면하는 동료들과는
지방을 거둬낸 가벼운 이야기들만 허공에 날리듯 가볍게 날릴 뿐이다.
다른 교실을 서로 들여다보지도 않지만 밖에서
보안을 위해 유일하게 볼 수 있는 투명한 작은 창문 조차 스케치북 등으로 가리는 선생님들도 있다.
많은 분들이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기도 하지만, 버스 정거장이나 지하철 역까지 같은 방향으로 걸어 가더라도
휴대폰에 눈을 두거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원천적으로 누구와 대화를 나눌 뜻이 없음을 나타내고 있다.
간단히 시늉 뿐인 목례만 있을 뿐 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이런 태도는 젊은 세대에게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모습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불필요한 데에 시간이나 열정을 쏟지 않겠다는 것이고, 자립적이고 독립적이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젊은이들의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지방을 뺀 '살코기 세대'란 말은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독립적이라기보다는 왠지 고립적이라는 생각이 더 크게 든다.
아마도 행복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거라는 사실을 믿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그다지 다른 사람들과 폭넓은 교류를 해오지 않고 그저 내 교실에 주로 박혀 있는 사람이지만
나조차 이런 생각이 드는데, 활발하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온 사람들은 이런 변화가 더욱 낯설 것이다.
그런 낯선 변화가 어색해서 한마디 하려다 내뱉지 못하고 조심하는 것도 느껴진다.
예전에는 공개 수업이 끝나면 홀가분함에 조금은 마음들이 풀어져
2차, 3차를 가거나 했지만 올 해는 저녁을 먹고는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집으로 갔다.
집에 다들 보물을 숨겨 놓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정이란 것은 오리온 쵸코파이에나 있는 것이고, 어울림은 아파트 이름에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 동료선생님 5명과 회식을 하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났음에도 해가 길어 아직 바깥은 환했다.
커피를 마시러 들어간 스타벅스에는 손님들로 만원이라 커피를 손에 들고 근처 공원 벤치로 갔다.
한산한 공원에는 초저녁 어스름에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다른 때 같았다면 커피를 마시고는 헤어졌을 시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다소 감상적인 분위기에 한 후배 선생님이 휴대폰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다.
그 음악을 시작으로 우린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돌아가며 가지고 있던 휴대폰으로 틀었다.
왜 그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대화는 이런 저런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며 그에 따라 시간도 마냥 흘러갔다.
한 선생님이 아주 감성적인 모습을 보이며
자신이 들려주고 싶은 노래 가사와 자신의 사연이 똑같아 놀랐다는 이야기에
우린 스스럼없이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 내놓았다.
늦은 초여름 밤 공원에서 어쩌면 우린 서로서로,
세월이 갈수록 대화가 없어져가고, 삶이 팍팍해져 가는 세상에서
어떤 허기짐을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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