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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학교는 요즘...이사철

요즈음 학교는 이사철이다.

학년이 바뀌고 반도 바뀌어 새롭게 배정된 교실로 짐들을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짐을 옮기느라 복도에 드르륵~ 드르륵~캐리어 끄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예전 이삿짐 중엔 여러 해 사용하려고 코팅해서 만든 학습 자료라든가

복사해서 쓰려고 보관한 학습지들을 모아놓은 파일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엔 컴퓨터에 PPT자료나 한글 파일로 만들어 놓은 것들이 많아서

그런 짐들은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짐들은 왜 이렇게 줄어들지 않는지 모르겠다.

올해에는 기필코 짐을 만들지 말아야지 해도 한 해가 지나면 여전하다.

버리기엔 아깝고, 언제 쓸 일이 있을 것 같아서 그냥 갖고 있던 물건들이 늘어만 간다.

몇 년 전에 2년 연속으로 한 교실을 쓴 적이 있었는데 

2 년후 이사하려니 짐이 더욱 늘어난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사를 하면 짐을 줄이는 계기도 된다.

 

이사를 하는 선생님들을 보면,

가끔 선생님의 가족들이 이사를 도와주러 오는 걸 보기도 한다.

선생님의 남편, 선생님의 엄마. 선생님의 오빠 등등....

선생님의 부인이 와서 도와주는 남자 선생님들을 본 적은 없다.

아마도 남녀의 생각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정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도 받지 않는 편이다.

이사하고 정리하는 습관도 선생님마다 달라서

어떤 선생님은 하루 날 잡아서 이사를 완벽하게 끝내놓는 선생님도 계신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청소하고 정리하다가 오래간만에 보는 물건이 나오면 여기저기

물건이 널부러진 상태로 한동안 정리하기를 멈추고 그 물건에 대한 생각 속으로 빠져 들곤 한다.

컴퓨터 속의 폴더와 문서를 정리하다가도 아하~ 이런 것도 있었네...

하면서 글들을 한참 읽어보거나 사진을 들여다 보며 추억 속에 잠기곤 한다.

하지만 우리 교실로 이사 오시는 선생님을 위해 마냥 그럴 수만은 없다.

 

오늘도

새교실로 짐을 옮겨 와서는 과거나 미래를 불러내어 생각 속에 빠져 있다.

그러니 이사 한 번 하려면 나는 며칠씩 걸리기 일쑤다.

느린 아다지오곡을 틀어놓고 정리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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