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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우리 아이가 비정상이예요?

언젠가 학년초에

수학 한 단원을 끝내고 단원 평가를 보았을 때의 일이다.


한 두 개 틀린 아이들이 울쌍이다.

나는 위로 한답시고,

"에이~ 한 두 개쯤 틀리는 게 정상이지~ 그거 틀렸다고 뭘 그래~"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아이들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그런데 얼마 후 부형 상담을 하러 온 한 아이 엄마가 하는 말이

우리 아이가 선생님이 비정상이라고 했다면서 속상해 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그때 다 맞은 아이 엄마였다.

항의의 표시는 아니고 웃으면서 반 농담으로 한 이야기였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 신중해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내가 한 두 개쯤 틀리는게 정상이라고 말했더니 그 말에 힘입어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쪼르르 다 맞은 아이에게 다가가서는

"넌 비정상이야~~" 하며 놀림반 부러움 섞인 질투의 마음 반으로

다 맞은 아이에게 비정상이라고 이야기 했던 것이다.


다 맞은 아이는 내심 기분이 좋았는데, 칭찬을 받기는 커녕

아이들로 부터 선생님의 그런 소리를 전해 들었으니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학년 초라서 속상한 마음을 선생님께는 이야기 하지 못하고 집에 가서야 엄마에게 풀었을 것이다.

 

요즘엔 아이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헤아려 말과 행동을 해야함을 많이 느낀다.

더구나 아이를 적게 낳는 시대이다 보니

아이들 한 명에 관심을 쏟는 인원이 부모 뿐 아니라

아이의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다가 심지어 결혼을 안한 나이많은 이모와 외심촌까지

줄줄이 관심을 가지며 지켜보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아이를 맡은 담임 입장에서는 이처럼 아이 뒤에 떠 오르는 식구들의 생각까지 염두해서 언행에 신중을 기울이게 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 자극적이거나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에둘러 표현하는데 더욱 익숙해져 간다.

 

매번 생활통지표를 작성하는 시기에도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쓰지 말라고 당부를 받기도 하지만, 가능한한 긍정적인 표현을 쓰려고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더욱  두리뭉수리한(?) 표현을 찾고 또 찾게 된다.

 

학년초엔 당연히 어린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요새는 교사들도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당연히 짊어져야 할 교사의 몫이려니........

 

 

 

 

정상 비정상은 없고, 다 다를 뿐인 것 같다. 저 바닷가의 서로 다른 모양의 자갈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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