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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려와 손해 사이...

학부모 상담을 하거나

또는 학기말 생활 통지표에 아동의 행동 특성을 기재할 때

'아이가 배려를 잘 한다' 라고 하면 칭찬임에도 불구하고 부형들은 별로 좋은 기색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아니?

함께 생활하는데 배려하는 행동은 권장 할만한 일인데도?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배려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양보, 더 나아가 우리 아이가 손해보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선생님도 상담을 해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앞으론 아이가 배려를 잘 하더라도 다른 식으로 표현을 해야 할것 같다.

 

그러면서도 뭔가 마음 한구석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상황에선

일정 부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것인데

내가 도움을 받은 것은 작게 보이고

내가 도움을 준 것은 크게 보이는 거 아닐까?

 

학교 교실에서의 생활은 함께 많은 아이들이 어울리는 소중한 경험의 시간인데,

그런 속에서의 배려는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덕목이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교실 말고

그 어떤 곳에서 이렇게 많은 친구들과 더불어 사는 경험을 할 기회가 있겠는가?

 

간혹 교실에서 너무 징징대며 '제가 이래요. 저래요~'~하며 자기가 손해본 것만 이야기하는 아이에게

'좀 그러려니~~하고 너그럽게 이해 좀 해라' 하고 싶은 생각이 목젖까지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넘겨 버릴 때가 많다.

혹여나, 나의 그런 소리에 '내가 왜 손해봐요?' 하며 되묻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보하고 배려하는 미덕을 체험할 수 있었으면 더 함께 사는 보람을 느낄텐데....

이 각박하고 인정없는 사회 속을 살아가는 어른들의 생각과 행동이 그대로 반영되어 그런 것 같다.

 

앞으론 인공지능으로 가상현실이 실생활에 깊이 들어온다면,

그리하여 '나혼자 사는 생활'이 보편적인 생활이 된다면 나의 이런 이야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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