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일층 아파트로 처음 이사를 와서
화단을 꾸미다가 창틀에도 예쁜 화분을 매달아 키우고 싶었다.
화원에서 길게 늘어져서 걸려 있는 화분이 좋아보여 물으니 야생화의 일종이라고 하였다.
사 가지고 와서 창 틀에 매달아 놓았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서 시들시들 시들고 말았다.
에잇~~!!!
화분을 내려서 방치하듯 화단 한 구석에 쏟았다.
살아나리라고는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아주 싱싱하게 살아난 것이다.
땅으로 기어다니며 자라고, 조금 습한 양지를 좋아하는 식물임을 알게 되었다.
이름은 긴병꽃풀.조선광대수염, 덩굴광대수염, 참덩굴광대수염이라고도 하고
잎의 모양이 마치 동전처럼 생겼다고 해서 금전초라고도 한단다.
나는 매일 유심히 긴병꽃풀을 살펴보게 되었다.
매달려 있을 때와는 전혀 딴판으로 기어다니면서 잘 자랐다.
당시엔 나의 보살핌 때문에 잘 자라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듬해
봄이 되자, 어떤 풀들보다 먼저 그리고, 많이 여기저기서 긴병꽃풀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 이듬해도, 그 다음해에도......십 년 동안
해마다 봄이면 긴병꽃풀들을 뜯어내느라 전쟁을 치루곤 한다.
뿌리가 얕게 기어다니면서 번성을 해서 뽑는게 아니라 뜯어낸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만일 내가 뜯어내기를 게을리 한다면 화단 전체를 점령하는 것은 순식간이리라.
언젠 잘 안 자라서 노심초사 했건만, 이젠 내 머릿속엔 잡초로 치부하기에 이른 것이다.
참 나는 간사하다.
일부러 키우려고 해도 그렇게 잘 자라기 힘들텐데
아마 우리 동네의 환경이 긴병꽃풀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지금 긴병꽃풀은 보라색 꽃을 피우고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장독대 위로 올라가는 긴병꽃풀은 좀 철저하게 뽑아버렸으면 좋겠다고
내게 명령을 해서 오늘은 그 임무를 수행하였다.
검색을 해보니 약초로도 쓰인다고 하였다.
뜯어서 씹어보았지만 넘기고 싶은 생각은 없어 뱉어버렸다.
애증관계인 긴병꽃풀.
뜯어낸 긴병꽃풀
화단 그 어느 곳이든 긴병꽃풀은 파고 들었다.
아주가 사이사이로 긴병꽃풀들이 보인다.
장독대 바닥 벽돌사이로 솟아오른 긴병꽃풀
금전초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저 동그란 잎이 금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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