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실화야?
도서관에서 책을 둘러보다가 제목에 끌리고 뒷 표지에 있는 내용에 끌려서 보게 되었다.
혼자만의 생일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버린 딸기 케이크....
먼지 범벅이 된 딸기에 손을 뻗는 순간,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파견사원으로 일하던 아마리는 혼자만의 우울한 스물아홉 생일을 맞는다.
동네 편의점에서 사온 한 조각의 딸기 케이크로 생일 파티를 하고 ‘항상 혼자였으니 괜찮다’고 최면을 걸지만,
바닥에 떨어진 딸기를 먹기 위해 애쓰던 중 무너지고 만다.
변변한 직장도 없고, 애인에게는 버림받았으며, 못생긴데다가 73킬로그램이 넘는 외톨이....
깜깜한 터널과도 같은 인생에 절망하던 그녀는 자살을 결심하지만, 죽을 용기마저도 내지 못한다.
살아갈 용기도, 죽을 용기도 없는 자신의 모습에 좌절하며 텔레비전 화면에 무심코 시선을 던진 그녀는
눈앞에 펼쳐진 ‘너무도 아름다운 세계’에 전율을 느낀다.
그곳은 바로 라스베이거스!
난생처음 뭔가를 하고 싶다는 간절함과 가슴 떨리는 셀렘을 느낀 그녀는 스스로 1년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한다.
‘스물 아홉의 마지막 날, 라스베가스에서 최고로 멋진 순간을 맛본 뒤에 죽는 거야. 내게 주어진 날들은 앞으로 1년이야.’
그날부터 인생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데,
스스로 1년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한 그녀의 무한질주가 시작된다.
나는 모슨 것을 걸고 최후의 도박을 시작했다. 제 1회 일본 감동대상 대상 수상작
라스베이가스를 가려는 목표가 정해지자 그녀는
1년 동안 악착같이 돈을 벌기위해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낮엔 파견사원의 일을 하면서 밤에는 술집에서 일하기로 독하게 마음 먹는다.
찾아간 긴자 클럽에서는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고
“누가 당신 같은 여자와 술 마시자고 몇 만원씩 지불 하겠어?”라는 말은 물론
심지어는 “거울도 안보고 사십니까?”라는 충격적인 이야기까지 들었다.
그녀의 자존심은 더 떨어질 곳이 없는 곳까지 떨어졌다.
박민규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 등장하는 못 생긴 여주인공이 생각났다.
그 소설 속의 못 생긴 그녀에 대한 생각은 내내 애잔했지만, 이 책에서의 아마리는 훨씬 씩씩해서
읽는 마음은 편했다.
아무튼 그녀는 뚱뚱하고 못생겼고, 술도 마실 줄 모른다.
그러다 한 클럽에서 그녀를 고용하게 되었다.
우리말로 짜투리라는 ‘아마리’라는 이름은 그때 지은 이름이고,
그 이름이 작가의 필명이 되었다. 얼굴 없는 작가인 셈이다.
그녀는 일이 고되어서 살도 빠지고 화장술도 늘고 그리고 단지 미모가 아닌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경청의 힘으로 차츰 그녀를 찾는 고객이 생기게 된다.
심지어는 믿기지도 않게 그녀의 회사 사장이 손님으로 온 것이다.
회사에서 선망의 대상이요. 만인의 연인으로 손색이 없는 사장이 단골이 된 것이다.
그녀의 화장으로 알아보지는 못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러고도 모자라 누드모델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된다.
세상에나~~!!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가 누드모델이라니....
하지만, 누드모델도 늘씬하고 예쁜 여자가 잘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술집 여자도, 누드 모델도, 우리가 고정관념으로 여기는
몸매나 얼굴이 예쁜 여자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반 년이 지나자 그녀의 몸무게는 20킬로그램이 줄어 53킬로가 된 것이다.
외모가 나아지자 그녀의 돈벌이도 나아졌다.
이 대목을 읽을 때 내 생각에는 죽음을 결행하려던 생각이 달라질 줄 알았다.
그럭저럭 현실에 만족하면서 전과는 달라진 생활을 만끽하면서 안주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일 년 뒤에 세상을 뜨려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
차츰 차츰 그녀의 라스베이거스를 위한 자금이 모아졌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서 그녀가 진짜 얻고자 하는 것은 일확천금이 아니라 ‘느낌’이니까.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곳, 인간의 욕망이 가장 극명하게 표출되는 그 현장에서 그녀는 그 모든 느낌들을 흡수 할 것이다.
그리고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날 각오까지 다 준비됐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그의 베팅액은 그녀라는 존재 자체인 셈이다.
일 년 후 마침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의 단 6일을 위해 1년을 살았고, 삶을 끝내기 위해 6일을 불태울 것이다.
불과 2주일을 살기 위해 7 년 동안 땅 속에서 사는 매미가 연상되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도착해서 어찌 되었을까?
스포일러가 되기는 싫지만, 죽지 않았으니 이 글을 썼겠지? 하는 사실은 말해 무엇하리.
이미 죽을 목숨이니 뭔들 못하겠나? 이 생각을 하다보니 히가시노 게이코의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주인공이 자살하려다 말고 이미 죽은 목숨이니 이웃 모녀를 위해 살인 누명을 스스로 쓰게 되는 장면이 떠올랐다.
사람이 목숨을 건다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선 그리 권할 일은 못된다.
생즉사 사즉생......읽고 나니, 이순신 장군의 이 말이 생각났다.
죽기를 각오한 일 년.
일 년이 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저자의 경우 해피엔딩 이었기에 망정이지
누구나 이렇게 한다면 당연히 성공이 담보가 되는게 아니기 때문에 따라하려는 젊은이가 있다면 말리고 싶다.
더구나 욜로를 외치는 젊은이들에게 일 년을 저리 살라고 하면 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나태하고 무력한 사람들에게 좀 더 치열하게 삶을 살라는 조언으로 듣거나,
단단한 마음을 갖게하는데는 충분히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자기 자신 안의 수족관에 문어를 한 마리씩 키우면서 열대어의 심정으로 한 번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겐 화이팅~~!!! 할 수 있는 계기 정도를 마련해 줄 수는 있을 것 같다.
한번 붙잡으면 끝까지 놓지 않을만큼 재미있는 책이다.
-재능은 잘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뜻하니까.
-훗날 사회에 나가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세상에는 그런 식으로 공부만 잘했던 사람이 꽤 많다.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도 모른 채 고속열차처럼 학창시절을 내달리다가 어느 날 ‘툭’하고 세상에 내던져진 그런 사람들 말이다.
-막연한 생각으로 공부를 한 나에겐 가슴 떨리는 꿈 따윈 없었다.
-나처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은 같은 과 친구들이 모이는 전공 수업 이외에는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고 보내는 날이 허다했다.
- 그는 냉정하게 떠났고 난 절망에 빠졌다.
-나쁜 일들은 이어달리기처럼 찾아왔다. 나쁜 일은 이어달리기를 좋아한다.
-나의 삶을 지탱해주던 것들이 사실은 그렇게 튼튼하지 않다는 것을 그때서야 깨닫기 시작했다.
“세상은 널 돌봐줄 의무가 없다. 그리고 너에겐 어떤 일이든 생길 수가 있다.”
-남자? 그들의 시선은 나를 투명인간처럼 통과하여 정규직 여사원들에게만 향한다.
-못생긴 얼굴에 70킬로그램이 넘는 서른 문턱의 패배자에게 남은 인생은 그저 내리막 길 뿐이다.
-나는 손님들과의 대화에서도 연결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나는 경청에 전념하기로 했다.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것도 쉽게 극복되었다. 사람들은 내게 술을 권하기보다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원했다.
그러면서 점점 나를 찾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다.
-나의 누드를 그린 그들의 작품을 보면서 생각과 느낌은 십인 십색, 사람의 숫자만큼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나와 똑같은 느낌을 요구하거나 이해해 달라는 것은 무리이고 어리광이며, 오만일지도 모른다.
- 자기 시선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즐거움
- 길 위에 올라선 자는 계속 걸어야 한다. 안주하는 순간 길을 잃을지도 모르니....
- 닥치는 대로 부딪쳐 봐. 무서워서 안 해 본 일이라서 그런 일일수록 내가 찾는 일일 수 있으니까.
<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 하야마 아마리 /예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