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의 소설 <나의 삼촌 부르스 리>를
재미있게 읽은 뒤라서 작가의 다른 소설을 찾아보았다.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한 <고령화 가족>은 많은 사람이 읽었음에 분명한하게 표지가 많이 낡아 있었다.
이런 경우는 선택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제목만 보고 혹시 고령화 사회를 걱정하는 사회적 소설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고령화 가족은 말 그대로 평균연령이 49세인 가족들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니까.
무협지처럼 쉽게 읽히지만 무게를 조금 더하려 그랬는지,
작가는 헤밍웨이와 그의 소설을 변주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야기가 잘 나가다가 더 계속 되었으면 싶었는데 끝났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절벽을 만난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재밌다는 얘기.
소설은 교통사고로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나이 드신 엄마 혼자 사는 집으로
나이든 자식들이 하나 둘 기어들어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삼류애로영화를 감독한 바 있는 실패한 영화감독이다.
쫄딱 망하고 월세 낼 돈도 없는 인생의 절벽 앞에선 심정으로 있다가, 엄마가 사는 집으로 들어온다.
그와 항상 으르렁대는 거구의 형, 그리고 여동생과 조카가 함께 살게된다.
이들은 이미 독립하여 자신들의 삶을 꾸릴 나이가 훨씬 지났음에도 엄마의 집으로 온다..
누군가 가족을 ‘덜그럭 거리는 푸대 자루’ 라고 표현하였는데, 이런 표현이 잘 어울리는 가족이다.
이들은 한 집에 기거하지만 화목하지 못하고 심하게 덜그럭 거린다.
이들에겐 평범하게 산다는 것도 참 어렵고 요원한 일처럼 여겨진다.
오로지 엄마만 이 나이 들어 기어들어온 자식들을 품으면서 생활한다.
참 엄마란 위대하다. 하지만......
유년의 기억 중에서 어떤 것은 당시엔 너무 어려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단지 기억 속에만 묻어두었다가 오랜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연후에야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경우처럼, 어렴풋한 과거 엄마의 모습이 부력을 받아 떠오르듯
떠올라 이제 그 의미를 알게되는 나이가 된 것이다.
뒤늦게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되는 주인공.....
‘평생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변두리만을 떠돌며 낭떠러지를 걷듯 살아온 천애의 삶,
아무리 똥줄 타게 뛰어다녀봤자 입에 풀칠하는 것조차 버거웠던 무능과 무시, 숱한 수모와 상처, 불명예와 오명의 역사,,,
도대체 어떻게 자신에 대해 자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작가는 이러면서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동정심을 구하기도 한다.
지금....우리 시대의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 해 보게 된 소설이다.
<고령화 가족 / 천명관/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