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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독일 - 함부르크 물장수 훔멜 이야기

 

 

함부르크를 다니다 보면 종종 이런 물지게를 진 남자를 만나게 된다.

물장수치고는 이건 좀 세련되어 보인다.

하지만 전해지는 물장수에 대한 이야기는 좀 슬픈 이야기이다.

 

 

19세기 말 함부르크에 빌헬름 벤츠라는 물장수가 살았다. 당시엔 물장수를 통해 물을 조달하던 시절이었다. 물장수 벤츠는 언제나 실린더 모양의 모자를 쓰고 양쪽에 물통이 하나씩 달린 물지게를 지고 이집 저집 물을 날라주었다. 항상 자신의 일을 즐겁게 하며 물을 나르던 벤츠

그가 흔들어대며 목적지에 도달하면 물통의 물은 반쯤 쏟아져버리콘 하였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물이야 쏟아지든 말든 신나게 노래 부르며 물통을 져 나르는 일이 그에게는 그저 즐겁고 좋았던 것이다.

그런 모양이 재미있어서 꼬마들이 길거리로 나와 그를 뒤따라가면서 놀리곤 했지만 그는 그것을 놀림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 놀림 또한 즐겼다. 그런 그였기에 몹시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나이 서른이 넘었을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는데 뜻밖에도 엄청난 유산을 남겨 놓았다. 그는 드디어 결혼을 생각하게 되었고 신붓감을 찾아 나섰다가 한 선술집에서 만난 한 처녀와 눈이 맞았다. 그녀의 이름은 훔멜이었다.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졌고 그는 정식으로 청혼을 했다. 그러자 훔멜은 연애는 좋지만 결혼은 싫다고 말했다. 가난한 물장수에게 시집가기가 불안했던 것이다. 몸이 단 벤츠는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유산을 생각하면서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다고 했지만 홈멜은 요지부동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훔멜의 환심을 사고 싶었던 벤츠는 재산을 몽땅 훔멜에게 맡겼다. 그제야 훔멜은 기뻐했고 벤츠는 곧 결혼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행복해 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훔멜이 보이지 않았다. 전날 밤 돈을 챙겨 달아난 것이다. 벤츠는 상심하여 정신을 잃었다. 몇 달을 그렇게 실성한 사람처럼 지내다가 다시 물지게를 지고 나섰다. 그는 "물이요 물!"하고 외치는 대신 "훔멜 훔멜, 돌아와요, 훔멜" 하고 중얼거리며 미친 듯이 물을 져 날랐다. 그 아픈 심정을 모르는 꼬마들은 그가 엉덩이를 흔들며 "훔멜 훔멜" 할 때마다 장단을 맞추기나 하듯이 "모어스 모어스" 하며 따라다녔다. 모어스는 엉덩이라는 뜻이다.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지만 그를 따라다니는 아이들은 마냥 신이났다. 물장수 벤츠는 그렇게 살다가 생을 마쳤다.

 

 

 

 

하지만 함부르크 사람들의 마음에서 그는 죽지 않았다. 그렇게 벤츠가 목메어 불러대던 '훔멜 훔멜'과 그에 답하던 '모어스 모어스'가 함부르크 사람들의 마음에 정다운 인사말로 간직된 것이다. 함부르크 사람들은 이러한 인사말로 벤츠의 애틋한 사랑을 기억했다.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하다가 한 생을 마감한 그의 슬픈 인생을 생각했던 것이다. 이 인사말에는 그의 가련한 인생뿐만 아니라 그의 순정, 성실함, 진실함, 애타는 마음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훔멜 훔멜' 부르며 물을 나르던 물장수 벤츠, 그의 조형물은 함부르크의 상징이 되어 시내 곳곳에 놓여 있다.

외지에서도 함부르크 사람임을 알아보게 하는, 그들끼리만 통하는 인사말인데, 그들은 '훔멜 훔멜' 하고 인사하면 '모어스 모어스'(mors mors) 하고 대답하면 서로 같은 함부르크 출신이라는 뜻이다. 마치 그들만의 은어처럼~~

 

 

기념품 가게에서도 물장수 훔멜을 볼 수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