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호텔을 나와 전철을 타고 베를린 중앙역에 내려서 기차를 탔다.
오늘은 드레스덴 가는 날.
드레스덴에 가서 바로크 궁전의 걸작이라는 츠빙거 궁전을 보고
쳄버 오페라 하우스 – 드레스덴 성 - 브륄의 테라스 - 성모교회 – 마르크트 광장
– 일본 궁전 – 엘베강 이런 순서로 보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출발~~!!!
그런데 달리는 기차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지금은 비가 내리더라도 드레스덴에 내리면 쨍하고 해가 났으면 좋겠다.
어둑신한 창밖으로 창 밖 풍경과 기차 안 풍경이 겹쳐져 보인다.
그 장면이 마치 콜라쥬 작품처럼 보이고 그 작품 안에 내가 들어가 있다.
얼룩거리는 차창에 수염이 꽤 자란 내 얼굴이 보인다.
면도기를 사야지.
어쩌면 내가 인생을 살면서 수업료를 적게 내고 지금까지 살았는지도 모른다.
잃어버려서 새로 물건을 사느라 지불한 돈들은 연체된 수업료를 내는 것일 것이다.
드레스덴에 내리자 나의 바램과는 달리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드레스덴 역 안에서 잠시 사진 전시회를 보다가 하나 뿐인 우산을 함께 쓰고 걸었다.
발이 편치 않고 젖어서 운동화를 사야겠단다.
때마침 신발 가게가 많았다.
들어가는 가게마다 바닥이 편해 보이면 방수가 안 되는 운동화였고, 방수가 되는 것이면 바닥이 딱딱하다.
둘 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치수가 맞지를 않았다.
세군데 운동화 가게를 들렀지만
결국 원하는 운동화를 사지 못하고 츠빙거 궁전까지 왔다.
둘다 물에 젖은 신발에 몸은 끈적거리고 걷기에 찝찝한 날이었다.
츠빙거 궁전에서 화장실을 들어가려니 박물관 티켓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었다.
뭐 이런~~!!! 불쾌지수가 급상승했다.
화장실도 가고 무엇보다 젖은 발을 말리며 쉴 겸 점심을 먹기로 했다.
급한 볼일을 해결하고 점심을 먹었지만 비는 여전히 내렸고 잠시 쉰 운동화는 다시 물에 젖었다.
다닐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젖은 발에 바람에 날리는 우산을 들고 다니기엔 무리였다.
실내인 박물관을 다니더라도 지금의 발과 몸과 마음 상태로는 짜증만 유발될 것 같았다.
우린 더 이상 다니길 포기하고 베를린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 기억 속의 드레스덴은 비바람일 것이다.
베를린으로 돌아가려고 드레스덴 역에 도착하자 비가 그쳤지만 우린 돌아가는 기차를 탔다.
드레스덴도 우리도 서로서로 거부한 것이다.
베를린 중앙역
드레스덴역을 나오자 여전히 비는 내리고....
몇 군데의 신발 가게를 들러서 실패하고 츠빙거 궁전에 도착
오늘같은 상황만 아니라면 드레스덴은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도시로 기억되었을텐데....
빗줄기는 가늘어졌지만 우리 상태는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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