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늘엔 빈틈없이 구름으로 채워져 있지만 아직 비는 내리지 않는다.
일렁이는 강물 위로 새들이 날고 강변엔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사람 체구와 견주어도 될만큼 큰 백조 들이 유유히 강물 위를 거슬러 오르며
연신 고개를 물 속으로 넣어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간식으로 토스트를 만들려고 토스터기에 빵을 넣었는데 작동이 안 되고 불꽃이 팍~튄다.
‘아니 여기 독일인데?’ 하는 수없이 후라이팬에 구웠다.
새로 산 냄비가 밥도 잘 된다면서 만족스러워했다.
우리도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잔디밭 한 쪽에서 토끼 한 마리 귀를 쫑긋 세우고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풀숲으로 사라진다.
사라진 숲 쪽으로 가자 토끼 똥 냄새가 난다. 아마 이 근처 어디 토끼 굴이 있을 것이다.
조금 가다보니 또 토끼들이 나돌아 다니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보면 참 좋아할텐데.....이런 장소, 이런 환경.....이런 모습들...
박물관 문을 열기 전이라서 간단히 장을 보기로 했다.
마트에 우리나라 오뚜기 현미식초가 진열대에 진열되어 있었다.
더구나 오뚜기 식품이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어
다른 거대 재벌 기업총수들과 함께 대통령 만찬에 초대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던 터라 더욱 반가웠다.
장을 본 것을 호텔에 갖다두고 나왔다.
뮤지엄 패스를 이용해서 섬유 박물관을 시작으로 강변을 따라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영화 박물관, 응용 박물관, 커뮤니케이션 박물관, 이콘 박물관 등
5군데 박물관을 돌았으니 실로 강행군이었다.
다행인 것은 강변을 따라 박물관들이 연이어 있기도 하였고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은데다
이동 거리가 짧아 다 돌아볼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박물관은 초등학생들이 교육하고 있었고
허락한다면 아이들 노는 모습을 사진 찍으면 나에겐 좋은 자료가 되었을텐데, 사진 촬영이 허락되지 않았다.
아이들 놀며 교육하는 모습을 함부로 사진 찍을 수 없었던 게 아쉬웠다.
다음엔 교사 증명서라도 가져가서 보여주면서
사진 찍어도 되느냐고 물어보면서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다고 허락할런지는 모르겠지만
건축박물관에서는 아주 초창기 인류의 움집부터
시대별로 모형 건축이 전시되어 있어서 우리 삶의 변화 모습과 함께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영화 박물관에서는 내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게 장치를 해 놓아서 실감이 났고,
어떤 조명이나 장치를 선택하면 저런 장면이 나오게 되는지
내가 앉아서 선택을 하면 영화 속 장면의 주인공처럼 사진이 영상으로 나왔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이 버튼 저 버튼 눌러보았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똑같은 영화 음악이 삽입된 서로 다른 영화 장면을
사방의 스크린으로 보여주는데 색다른 경험이었다.
내가 본 영화 장면이 나오면 맞아....저 영화에 저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었지?
그런데 저 영화에도?
영화 박물관에서 나오니 마치 다른 세상에 잠시 다녀온 기분이었다.
눈과 귀가 즐거웠던 박물관이다.
응용박물관에서의 인상적인 것은 연회 장면에서 먹고 있는 순간
마치 폼페이처럼 그냥 땅에 묻어버리고 먼훗날 우리 후손들이 고스란히 발굴을 했다고 가정을 하고 발굴을 해놓은 것이었다.
우리 삶을 우리 후손들은 어떻게 받아들까? 하는 생각과 함께 흥청망청 과소비 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로 여겨졌다.
강 건너로 나란히 박물관들이 모여 있어서 쉽게 다니기가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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