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차 적응이 안되어 새벽에 잠이 깨어 일어나 거리에 나왔다. 먼동이 트지 않은 새벽이지만
벌써 람블라스 거리(카탈루냐 광장에서 파우광장까지 1km 가 되는 곳)에는 가게 문을 연 곳이 많았다.
항구 도시인 바르셀로나........ 바닷가까지 걸었다. 벨항구에 오니
바다를 손으로 가리키는 콜롬버스 동상이 높다랗게 자리하고 있었다.
어제의 조금 울적했던 기분이 아침 산책으로 사라졌다.
이른 아침의 쌀쌀함과 쓸쓸함이 좋았다.
현재 상태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과거의 우울했던 날들을 불러오고
미래에 올지 안올지 모를 좋지 못한 일들까지 미리 불러 모으게 돤다.
반대로 만족스러우면 모든 미래가 환하게 느껴진다.
어제는 전자에 속하고 오늘은 후자에 속한다.
아침 산책 후 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나온 우리는
다음 숙박지인 미리 예약해 둔 아파트로 향했다.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짐을 맡기고 다시 나와 바르셀로나 대성당에 들어갔다.
미사를 보러 들어간 사이 나는 성당 안팎을 둘러보았다.
성당 앞 광장에는 꽃으로 치장한 아가씨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고 있고,
거리의 악사는 귀에 익숙한 G선상의 아리아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하고 있었다.
다소 딱딱해졌다고 생각한 감정이 다소 풀어진 느낌이 들었다.
람블라스 거리에 위치한 보케리아 시장에 들러
간단한 먹거리를 사서 시장 뒤편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우리 앞에는 남아도는 시간을 어쩌지 못하는 듯한 남자들이 모여서
막대기 끝에 과자를 매달아 낚시대처럼 만들어 비둘기들을 약 올리고 있었다.
한 남자는 술이 취해서 헤롱거리고 있었다.
나는 시장 풍경을 사진에 담느라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순간 술취한 남자가 쳐다보더니 이내 우리가 앉은 곳으로 다가왔다.
너희들 얼굴이나 보자는 듯 우리를 향해 양지 쪽에 퍼질러 앉았다.
아마 자신들을 찍은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았다.
우린 빨리 먹고 가자고 낮은 소리로 말하고 남은 음식을 입에 우겨넣고 자리를 떴다.
다행히 우릴 따라오거나 집적거리지는 않았다.
우린 시장 구경도 할겸, 혹시 우리나라 포기배추가 있나 찾을 겸 다시 둘러보았다.
보케리아 시장에 없다면 그 어디에도 없다더니
우리가 사려는 우리나라 포기 배추도 단 한포기지만 찾아낼 수 있었다.
큰 참외 정도의 크기였는데 딱 한포기만 있었다. 첫날 김치를 담굴 수 있다니....
우리와 식문화가 다르니 우리나라 포기배추를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가격은 5000원정도로 다른 농산품에 비해 비싼 편이었다.
다른 농산물과 해산물은 우리나라보다 더 훨씬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김치를 담궈놓고 나니 뿌듯하다.
밤에 다시 나왔는데 걷기 힘들 정도로 거리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오늘이 동방박사의 날이란다.
나에겐 생소한 날이었지만 이들은 아주 큰 축제의 날로 여기고 있었다.
우연히 축제의 밤을 맞은 것이다.
람블라스 거리의 노란 우체통
아침산책 중에 바르셀로나 항
항구에 있던 콜롬버스 동상
성당 앞에서.....
바르셀로나 동방박사의 날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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