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딸아이는 불쑥 출판 일을 직접 해보겠다고 하였다.
출판 .... 출판사?
출판사 이름을 뭐라고 할건데?
"취향의 존중"
"취향의 무시"가 아니고?...ㅎㅎ
혼자서 하는 1인 독립출판사 등록을 마치고
출판등록증을 받아들고 왔다.
그리곤 책을 하나 냈다.
어떤 책인데?
으응, 이태리에서 함께 생활하던 사진 찍는 친구의 사진집이야.
돈은 어떻게 마련하려고?
텀블벅에 올려서 후원 받아서 하려고......
그래서 알게 된 독립적인 문화 창작자들의 지원을 목표로 한다는 텀블벅.
집사람은 걱정이 많다. 24살 어린 딸이 저렇게 해보겠다는데
여기저기 단톡방이나 밴드를 통해 아빠가 아는 분들께 홍보 좀 해서 밀어주지.
미온적인 내 태도에 집사람은 불만이다.
난 우리 남매들 카톡방에도 알리지 말라고 했는데 기어이 올렸다.
30살 이전까지는 이런 저런 시행 착오도 거치는게 바람직한 삶이라 여기고 있지만
그런 방법으로 후원을 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생력을 키우려면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후원을 받아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기간이 얼마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금액이 이제 겨우 50% 정도 넘자
이제서야 슬슬 걱정하는 것 같다고 집사람은 딸의 심정을 대신 전해준다.
그렇게 걱정이 되는 아이가 태평하게 부산까지 자기가 좋아하는 밴드 공연을 보러가~~쯧...
목표액에 도달하지 못하면 후원금을 다 돌려줘야 한다는데....
아이가 벽을 뚫고 나가지 못하고 접게 될런지도 모르지만
아빠라는 이름의 후원자 노릇으로 하는 홍보.
최소한 아빠의 도리로
https://tumblbug.com/squareshapedview1
< 어떤 모르는 분이 내게 이런 조언의 글을 보내 주셨다. >
텀블벅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데 크라우드 펀딩이라는게
지인들 동원해 이것저것 후원해달라고 하는걸 확장시킨 모델이고
투명성이 보장되어 있으니 걱정안하셔도 될듯..
그보다 저런 활동을 통해 뭘 배울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도록 하세요.
혹시 모금에 실패하더라도 그에 어떤 대안이 있고 그래서 그 다음엔 어떻게 움직일건지..
혹시 본인이 생각하는 독립출판이라는게 너무 순진한 생각은 아니었는지..
혹은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내용과 잘 부합하지 않은건지...후원이 아닌 다른 방법은 없는건지..
자생력 걱정은 사업을 해 보겠다고 나설때 하셔도 안 늦어요.
이런거 할때는 세상을 통해 배우는걸 적극 독려해주셔야 합니다.
아시겠지만 이런건 책으로 배울 수 있는 내용이 아닙니다.
부모입장에선 자녀가 공무원을 하겠다...대기업 들어가겠다...는게
가장 마음에 흡족한 것이겠지만 여러모로 이건 가장 불행한 선택입니다.
안정적이지만 죽은 인생을 사는 방법이죠.
무언가가 불안정해도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인생의 길...
넘어지고 엎어져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그 같은 참다운 인생의 길을 터 놓고
자녀분 스스로 선택하게 하시길...
텀블벅에 하고 싶은일 올려서 후원받는건 그 같은 샛길중에 하나가 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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