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 있는 딸아이가 혼자 남부 소렌토까지 다녀오겠단다.
지난 겨울방학 우리 내외와 함께 여행할 때 아이는 물론 우리 식구들 모두 소렌토를 좋아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 먼 거리를 혼자 다녀오겠다니 집사람은 걱정이 많다. 하루에 안될텐데?
응~ 그래서 소렌토에 호텔을 하나 예약했어.
소렌토 중심지에는 비싸서 조금 외곽 쪽에 있는 호텔을 예약했거든......
그런데 지도를 검색해서 아이가 묵겠다고 한 호텔을 살펴보니,
우리가 소렌토에 머물렀을 적에 조금 겁나서 가기를 꺼려했던 곳에 있는 호텔이 아닌가?
거기 취소해~~ 하필 그 위험한 곳에 예약을 했어~~
근데 취소가 안 된데.... 괜찮을거야~
어이구~~ 이런 겁대가리 없는 녀석.
그리고 우리가 만났던 소렌토 아주머니와도 연락이 되어서 만나기로 했어.
우린 그 2일 동안 꺼림칙했다.
잘 도착했는지 연락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전전긍긍.
마침내 소렌토에 도착해서 아주머니와 그 가족들까지 만났다면서 인증 샷을 찍어 보내왔다.
생각지도 않은 상봉이라 둘 다 환한 표정이다.
그런데 말이야. 그때 우리가 가게 안에서 혼자 있던 그 큰 개 있잖아.
그 개도 다시 보았어. 얼마나 반갑던지. 그리고 길거리에 새까만 고양이들도 다시 만나고.
여행 갔던 곳을 다시 찾아가는 이유를 알 것 같아.
아이는 소렌토에 다시 갔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무척 수다를 떨면서 풀고 싶었던지.
여행가면 별로 연락을 잘하지 않던 아이가 베네치아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와 통화를 하며 수다를 떤다.
그런데 이번엔 돌아오기 직전인 엊그제 새벽.
경유지인 터어키의 이스탄불 공항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상에 이런~~!!!
이스탄불 공항은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었다는데,
아이가 타고 올 비행기가 바로 이스탄불을 거쳐서 오는 터키 항공이다.
어떡허나?
퇴근하고 집에 왔더니 집사람은 전화기를 붙잡고 통화 중이었다.
여행사도 문의전화가 폭주해서 겨우겨우 통화를 했단다.
내일 돌아오기 힘들 것 같다고 한다.
그럼 일주일 연장은 가능 하느냐니까 그건 가능하단다.
그럼 일단 일주일 뒤에 오는 비행기로 다시 예약을 하고,
아이와 통화를 해서 일주일 동안 다시 묵을 숙소를 알아보라고 전화를 했다.
아이가 알아본 비교적 값이 싼 숙소는 공동화장실이었다.
거긴 안 돼!!
그럼 다른데 서로 알아보고 다시 연락하자.
그런데 잠시 뒤에 여행사에서 연락이 왔다.
항공 편이 다시 가능하니 원래대로 돌아와야 한단다.
우린 어떻게든 빨리 귀국하는 게 좋은데
아이는 일주일을 더 머무르게 되어 싫지 않았던지 취소된 게 못내 아쉬운 눈치다.
그리고 어제 귀국 비행기를 탔다는 연락을 받고
집사람은 그래도 걱정이 되어 잠이 안온다며, 잠자리에 누운 날더러
"아빠라는 사람이 무심하게 잠이 오느냐."고 핀잔이다.
내가 무심한 건지 대부분의 엄마와 아빠의 차이인지 모르겠다.
지난 겨울 소렌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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