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국 남부 해안 절벽 세븐시스터즈를 가기로 했다.
기차가 런던 브릿지 역에서 20분 연착한데다가 공항을 거쳐가는 지라 승객이 많았다.
브라이튼에 내려서 기차역 앞에서 버스표를 구입했다.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는 곳은 10 여 분을 걸어가야했다.
버스는 아주 느릿느릿 구불구불한 길을 간다.
빨리 하얀 절벽을 보고 싶은 마음에 조급하기만 한데.......
마침내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비로소 영국이라는 나라가 섬나라란 사실을 깨닫는다.
안내센터에 들러서 물으니
세 갈래 길이 있다면서 내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걸 보자
사진찍기 좋은 장소라고 하면서 지도 상으로 볼 때 가장 아래 길을 추천한다.
하지만 우린 가까이 가 보는 걸 원한 거였지 사진이 찍기 좋은 장소를 가려는게 아니어서
우린 안내원이 안내하는 길로 가지 않았다.
우린 가운데 길로 가면서 트래킹하는 부녀를 만나 어떤 길을 추천 해주고 싶은지 물었다.
우린 그 부녀가 추천하는 길을 따라 가기로 하고 점심을 먹었다. 풀밭 위의 식사였다.
40여분 동안 걷는 길은 정말 트래킹 하기 좋은 길이었다.
날도 그지없이 좋아서 푸르른 하늘에 파란 풀밭.....아주 멀리 보이는 양떼, 물가엔 카누를 타는 사람들,
여기선 뭘 더 바랄게 없는 장소처럼 여겨졌다.
바람은 산들산들 불면서 풀들 위를 지나갔고, 풀들은 이리저리 바람이 시키는대로 고분고분 움직여 주고 있다.
햇살은 풀들이 움직이는 모양에 따라 다르게 호응하면서 풀들의 색깔을 살짝살짝 바꿔주고 있었다.
그러면 풀들은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듯 금빛 은빛 물결로 출렁이고 있다.
주인과 함께 나온 강아지는 풀밭 위를 뒹굴면서 복에 겨운 신음 소리를 내뱉고 있다.
바람은 예외 없이 우리들 주변도 맴돌면서
너희들은 어때? 하고 묻는 듯 했다.
마침내 그 바람의 이야기를 들은 듯 소리쳤다.
영국에 와서 지금까지 가장 좋은 곳이야~~여기가......와아~~
저 바람에 움직이는 풀들 좀 봐 너무 멋있어. 감탄 연발이다.
주변 어디를 둘러보아도 가까이엔 인공 구조물이라고 하는 건
소들이나 양떼들을 위한 야트막한 나무 울타리가 전부였다.
마침내 바다가 보이고 하얀 절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닷가가 가까운 곳엔 온통 자갈밭이다.
그런데 내 신발은? 난 샌달이다. 걷기가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그래도 최대한 바닷가까지 갔다. 등산화나 워킹화가 제격인데......쯧
마침내 눈 앞에 드러난 하얀 절벽은 장관이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힐링이 저절로 될 것 같은 모습......수 천 만년의 세월을 견뎌온 절벽.
1억 3,000만~6,000만 년 전
작은 해조류와 조개껍데기의 석회질이 해저에서 쌓이고 쌓여 백악질의 산을 이루었는데 바로 이 절벽이다.
가장 높은 헤이븐브라우는 무려 77미터에 달한단다. 그 옆으로
쇼트브라우, 러프브라우, 브래스포인트, 플래그스태프포인트, 베일리스브라우, 웬트힐브라 라고 이름 붙여진
일곱 자매가 나란히 서 있다. 그래서 세븐 시스터즈.
신발도 괜찮고, 시간적인 여유도 있었다면 더 머물러 저 벼랑 꼭데기에도 올라가 볼텐데......
잠시 쉬다가 우린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오는 도중에 한국 학생들 6~7명이 지나갔다.
한 학생이 "세븐 시스터즈에 가면 한국 사람들 많다고 하던데 하나도 안 보이네?"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어? 저희 한국 사람이예요." " 어~ 그러세요. 반가워요~"
"그런데 바닷가까지 얼마나 걸려요?"
집사람은 40분이라고 대답하고 나는 25분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중 한 여학생이 " 40분 믿을게요.~~ 여행 잘 하세요~~"
25분을 믿는 것보다 40분을 믿는 게 낫겠지? 하지만 40분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걷는 길이 워낙 좋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브라이튼으로 가는 도중 우린 전망 좋은 곳에서 또 내렸다.
그냥 가기가 아쉬워서.......허수아비처럼 팔을 벌려 온몸으로 바다 바람을 맞는다.
어디가 좋았느냐고 물었을 때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장소라고 하더라도 언제 왔는지, 누구와 왔는지, 그때 날씨가 어땠는지... 등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좋았던 장소라고해서 언제나 좋으리란 보장은 없다.
세븐시스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