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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21일째 기록

서머셋 하우스 옆을 지나면서 건물을 다시 본다.

높이가 높지 않아 멀리선 그리 눈에 뜨이지 않지만 크기는 크다.

돌로 만든 외관이 건축을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왜 멋진 건축물인지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뭐하지?

이제 서서히 잔뜩 조여졌던 여행의 태엽이 서서히 풀려나가고 있는 중이다.

태엽을 감은 새의 태엽이 풀리면서 점차 움직임과 소리가 느려지듯

이제 나의 생각도 움직임도 둔해진다.

 

런던 아이 타러 갈까?가 아니라

런던 아이나.... 타러 갈까? 였다.

 

그래서 우린 런던 아이를 찾아갔지만 우린 타지 않았다.

시간은 마냥 남았으면서도 기다리기가 싫다.

기다리기 싫다는 것은 그렇게 간절하지 않다는 뜻일게다.

 

무작정 걷다가 태극기가 걸린 건물이 보인다.

다가가 보니 한국문화원이었다. 들어갈 볼까? 공연히 귀찮게 하는 건 아닐까?

영국인이나 다른 외국인을 위한 일만 할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걷다가 내셔널 갤러리 앞을 지나다. 또 들어간다. 들어가는 사람들, 나오는 사람들,

오늘도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여전히 쭈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고,

한쪽에선 공연을 하고 있었으며 분수대와 사자상 앞에선 사람들이 먹고,쉬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젠 그런 모습들을 철저하게 방관자가 되어 구경하고 있다. 언제나 방관자이긴 했지만,......

태엽감은 새의 태엽이 풀린 것이다.

 

한 공원 앞에 와서 스프와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었다.

공원에선 근처 직장인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우리처럼 간단하지만 푸짐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공원에 있는 탁구대에서 한 남녀 한 쌍은 탁구를 치고 있었다.

영국의 공원엔 야외 탁구대가 놓여 있는 곳을 가끔 볼 수 있었는데 라켓과 공은 각자 가지고 다니면서 치고 있었다.

두 번이나 내 앞으로 공이 굴러와서 손으로 잡아 던져 주었지만

세 번째는 내가 스프를 먹고 있어서 발로 막아 줄 수 밖에 없었다.

각자 가지고 온 탁구 라켓을 가방에 넣고 갔고, 이어서 또 다른 한쌍이 탁구를 치려 하고 있었다. 

우리도 이럴 줄 알았으면 탁구 라켓 가져오는 건데......ㅎㅎ

 

런던 소호에 위치한 카나비 거리와 같은 킹리 코트(kingly court)....

그리고 리버티 백화점을 돌아 다녔다. 카나비 거리는 가게와 거리 자체가 볼거리이고,

킹리 코트는 인사동의 쌈짓길 같은 모양이었다.

 

리버티 백화점을 돌아보면서 오래된 건물이 주는 멋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백화점을 돌면서 이렇게 흥미롭게  구경한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물건이 아니라 건물의 모습에서.....

안과 밖 모두 오래된 나무가 주는 질감을 그대로 살린 멋진 모습이었다.

내부의 모습도 가운데 부분을 비워두어서 마치 자연 경관을 구경하는듯 피곤하지가 않았다.

 

돌아오는 도중 m&ms 건물 앞에서 키가 큰 한 남자가 판토마임을 하고 있었다.

말을 못 알아들어도되는 공연인데다가,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면서 웃기는데 눈을 뗄 수가 없다.

지나가는 강아지에게 가지고 있는 소품인 개뼈다귀를 던진다던가.

갑자기 자신도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이 되어 텅빈 가운데 공간을 만들어놓고 능청을 떤다던가.

걸어다니느라 피곤한 것도 있고 우리도 낄낄거리면서 구경하였다.

공연이 끝나곤 탕탕~~자기 앞의 동전 통을 두드린다.

노골적이지만, 밉지않게 돈 달라는 소리였다.

사람들이 우루루~~동전을 넣으러 갔다. 기꺼이~~

갑자기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을 버는 그 사람이 부러웠다.

나도 저런 재주가 있다면 그리.........하루 하루가 나쁘지 않은 일상일 것 같았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그의 유쾌함이 모든 게 아니겠지?

 

 

리버티 백화점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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