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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9일째 기록

새벽 2시....전화벨이 계속 울린다.

잠결에 깨어보니 끊어졌다. 친구 전화다. 내가 걸었더니 통화 중이다.

내가 런던에 있다는 걸 모르는 친구였다. 메세지를 보냈더니 잠시 후 답이 왔다.

친구 어머님 별세 소식이었다.

 

내가 연락해야 할 친구들에게 메세지를 보내고, 부조도 부탁하고

영국에 있다는 이야기에 이런 저런 메세지를 주고 받다보니 잠이 달아났다.

 

딸 아이 메세지도 와 있었다.

어제 대영박물관 옆 공원에서 칼부림 사건이 있었다는 뉴스를 보고

엄마,아빠 영국 런던 여행중인데 아무 이상없는지 연락을 한 것이다.

여기서는 뉴스를 거의 접하지 않고 인터넷도 기숙사에 들어와서나보니 서울보다 소식이 오히려 늦다.

우리가 어제 대영박물관에 갔었는데 그 옆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었구나.

등잔밑이 어두운 법이다.

 

오늘은 가까운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갔다.

약자로 V&A라고 적혀 있다.빅토리아와 앨버트는 부부 사이.

그 두 사람의 소장품으로 박물관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입장료는 없었다.

그저 그런 작은 사설 박물관인 줄 알았더니 여기도 대영박물관 못지 않다.

한 곳에는 오래된 쇠창살만 뜯어서 모아 놓은 듯 철제 벽장식물이 보관되어 있었다.

일직선으로 하도 길어서 걸음으로 재어 보니 200걸음이나 되었다.

다른 곳에는 은제품들, 또 다른 곳에는 의복들,또 다른 곳에는 보석 종류들....

이런 식으로 장방형의 건물에 종류 별로 진열되어 있어서 그 전시된 유물들의 양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 부부는 고물상이 꿈이었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박물관 가운데 정원에는 갓난 아이들 물장구치기 좋게 얕은 연못이 조성되어 있었다.

 

박물관을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버킹검 궁전을 둘러보고 제임스 파크 공원에 가서 쉬면서 간식을 먹었다.

벤치에 앉아 쉬면서 물끄러미 새들을 보고 있자니 재미가 있다.

딸아이가 특히 좋아했다는 Coot라는 새는 발의 모양도 특이했고 새끼들의 자맥질이 눈길을 끌었다.

크기가 작은 병아리만한 새끼 Coot는 물 속으로 거꾸로 쑥 들어가서  한동안 나오질 않아 사람들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한참 만에야 올라와서 다들 와우~~하고 감탄을 하게 된다.

 

공원을 나와서 내셔널 갤러리에 갔다.

오늘은 일찍부터 피곤이 몰려왔다. 가만 생각해보니 새벽에 잠을 깨는 바람에 그런 것 같다.

어차피 이곳도 하루에 다 보기는 힘들어 다음에 또 와야하기 때문에 오늘은 일찍 돌아가 쉬기로 했다.

 

버스를 탔는데 내 앞자리에 중동 여자 둘이 앉았다.

쇼핑백을 들고 있는데 세어보니 각각 5~6개 씩이다.

두 사람이 내리자 집사람이 하는 말이 저 사람들이 끼고 있는 반지며 악세사리, 산 물건들의 가격이 장난이 아니란다.

파리보다 흑인들이 적은 대신에 중동 사람들이 눈에 많이 뜨인다.

 

 

버킹검 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