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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

코끼리는 코끼리다.

 A는 배드민턴을 치다가 B를 처음 만났다.

운동을 하고나면 뿔뿔이 집에 갈 뿐 함께 식사를 한 적도 차를 마신 적도 없다.

BA가 만나는 배드민턴장의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운동이 끝나고 함께 체육관을 나서다가

두 사람이 서로 배드민턴 이외에 바둑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배드민턴 실력은 A가 B 보다 월등하였다.

 

며칠이 지나서 둘은 바둑을 함께 두게 되었다.

그런데 바둑 실력은 배드민턴 실력과는 반대로 BA보다 월등하였다.

A의 자존심이 조금 상했다.

 

그냥 기원에서 만난 사이라면 그렇게 자존심 상할 일도 아닌데

A의 머릿속에 그동안 각인된 B는 배드민턴을 나보다 못치는 B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배드민턴 실력이라는 하나의 척도 만으로 B를 평가해 왔던 것이다.

 

우리는 종종 한 가지 모습으로 그 사람의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 듯하며, 코끼리는 뱀처럼 생겼다고 하기도 하고,

기둥처럼, 또는 벽처럼 생겼다고 확신을 한다. 앞을 못보는 장님만 그런게 아니라

멀쩡한 사람도 오류를 범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상대적으로 배드민턴을 못 치는 것도 B이고 A인 자신에 비해 바둑을 잘 두는 것도 B이며,

그 이외에 B를 규정하는 것은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어느 한가지 만으로 BB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우리는,인간은 수많은 착각과 오판 속에 살아가게 마련일 것이다.

 

만약 바둑을 두는 기원에서 먼저 두 사람이 만났고

나중에 배드민턴장에서 만났다면 전혀 다른 느낌일 것이다.

또한 어제의 나도 나이고, 지금의 나도 나다.

시기에 따라 사람이 다르게 보여지고 다르게 행동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사람을 두고도 어떤이는 말없는 사람이라고, 어떤 사람은 수다쟁이라고 할 수 있다.

어제의 술주정뱅이가 오늘은 말쑥한 신사일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누구를 안다고 했을 때, 그 앎이란 것이 얼마나 얄팍하고 표피적인가?

그 사람을 안다고 그게 다가 아닌데.....ㅎㅎㅎ

인간이라는 복잡한 존재를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코끼리는 코끼리일 뿐이다.

 

 

< 민낯을 보여주기 싫어 가면을 쓰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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