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토에서 로마로 가는 날이다.
이제 취사 가능한 아파트는 끝이다.
그래서 남은 쌀로 몽땅 밥을 지어서 도시락을 쌌다.
정말 우리에게 잘 해 주었고
도움이 많이 되었던 이태리 아줌마와 헤어지는 날이다.
집사람과는 자매가 헤어지듯 서양식으로 포옹하며 볼 뽀뽀를 하고
딸아이하고는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지만
난 도토리가 되었다. 개밥의 도토리.
이번엔 한 등급 위의 기차를 탔다.
시속 280km로 달렸고 갈 때와 달리 쾌적하고 구걸하는 사람도 없었다.
도중에 커피를 하겠느냐고 물건 판매하는 사람처럼 수레를 승무원이 끌고 다녔다.
우린 생각도 없었지만 파는 것인 줄 알고 안 먹겠다고 했다.
알고 보니 음료와 다과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다시 가서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로마에 도착해서 오르락내리락 캐리어를 끌고 가다가
도중에 쉬면서 우린 아침에 싼 도시락을 먹었다.
짐이 없을 때는 그리 먼 길로 여겨지지 않았는데 엄청 멀게 느껴졌다.
트레비분수 바로 앞에 있는 호텔이다.
소렌토 아파트보다 좁고 냉장고도 없는데 더 비싸다.
와이파이도 한기기를 사용하면 다른 기기는 사용할 수 없었다.
하는 수없이 개별로 번호를 부과해 달라고 하여서 사용하였다.
25년 경력의 지배인은 이 호텔이 얼마나 오래되었고 역사적인 건물인지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선전물을 가리키면서 자랑을 하였다.
로마 한복판의 유서깊은 곳이니 협소하고 불편해도 감수하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트레비 분수 앞에서는 꽃 파는 남자들도 더러 있어서
거의 강매하다 시피 손에 쥐어주려고 한다.
분수 앞에서 애인에게 꽃을 받치면서 사랑의 서약을 하라는 것이다.
물 속에는 사람들이 던진 동전들로 인해 까만 작은 점들이 찍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변 골목들도 관광객들이 많았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트레비 분수의 효과가 가장 클 것이다.
새벽녘 트레비분수의 물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린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소음으로 여겨질 것 같았다.
소렌토에서 기차를 타고 로마로 오는 도중 바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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