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서울로부터 지인의 어르신 별세 소식이 왔다.
부조야 부탁할 수 있었지만 도리를 못하게 되었다.
오늘은 카프리섬을 가기로 하였다.
집에서 나와 계단에서 딸아이가 굴렀다.
다행스럽게 앞서가던 집사람 다리에 걸려 더 이상 굴러가지 않았다.
어디 뼈를 다치지 않았는지 걱정이 되었지만 타박상만 입어서 다행이었다.
카프리섬은 소렌토에서 배를 타고 40분 정도 걸렸다.
왕복 뱃삯은 33유로였다.
날은 쾌청했고 바람도 그리 거세지 않았는데 배는 요동을 쳤다.
뱃머리를 보니 앞으로 불쑥 솟아올라 하늘만 보였다가 곧 바다로 쳐 박힐듯이 고꾸라져
바다만 보였다가 하는 동작을 반복하였다. 많은 승객들이 다 같이 꺅~꺅~~~소리를 질렀다.
승무원이 돌아다니면서 토할 때를 대비해서 각각 승객들에게 비닐 봉지를 하나씩 나눠주었지만 우리는 괜찮았다.
섬에 도착하여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갔다.
안내소에서 안내를 받으러 갔는데 센서로 작동되는 안내소의 문을
안에 있던 중년의 이태리 남자가 마술사가 하듯 멋진 폼으로 손을 들어 열어주었다.
안내 설명도 아주 명쾌하고 또박또박 쉬운 영어로 하면서 지도에 표시를 해 주었다.
아쉬운 것은 오늘 파도가 심해 푸른 동굴에 가는 배가 뜨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쉽다~~쩝~~!!
설명을 마치고는 집사람에게 윙크를 하는데
집사람이 뿅~ 갔는지 나오고 나더니 날더러 사진 좀 찍어오라고 한다.
남자가 봐도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
이태리 남성들은 여자들에게 윙크를 숱하게 해댄다.
일이 끝났다든지, 체크아웃을 하고나서라든지 그저 만나는 여자들에겐 시도때도 없이 윙크를 한다.
그게 여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는 듯 했고 몸에 밴 동작같아 보였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할 때도 아주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가 집사람에게 먼저 타라고 양보를 한다.
그런 이후로는 내가 먼저타려고 한다던가 하면 핀잔을 주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태리에 오면 남자는 싫어하고 여자들은 좋아한다고 하는 말을 이해 할 만도 했다.
우린 먼저 작은 버스를 타고 아나카프리로 갔다. 거기 도착해서
정상에 올라가는 리프트를 타는데 마치 스키장 리프트처럼 생겼는데 1인 용이다.
안전 장치라고 하는 것이 달랑 가로지른 쇠막대 하나뿐 아래쪽에는 쇠그물도 없었다.
그럼에도 리프트 가격은 10유로를 받았다.
아무 설명도 없이 앉으라고 하곤 사람들을 긴 거리를 그대로 태워보낸다.
집사람은 기겁을 했지만 어쩌랴 ..... 올라가는 내내 조마조마했단다.
나는 비교적 담담하게 작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서 올라갔다. 남자니까~ㅎㅎ
하지만 정상에서 본 광경은 장관이었다.
박지성 선수가 신혼여행지로 택할 만도 했고 내려와 돌아다닌 곳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내려올 때는 더 무서워서 아예 눈을 감고 내려왔다고 하였다.
점심을 먹을 때 음료수로 나온 작은 코카콜라병을 가져가겠다고 한다.
이런 모양 우리나라에는 없어~~ㅎㅎ 종업원은 흔쾌히 가져가도 좋다고 하였다.
내 배낭에 병을 챙겨 넣었다.
소렌토로 돌아오는 배를 타려고 승객들 틈에 서 있는데 내가 서 있던 줄이 소렌토행이 아닌 나폴리행이었다.
그래서 소렌토행 배가 서 있는 곳으로 갔는데 .......내 뒤에 서 있던 이태리 여성이 나를 치면서 배낭 지퍼가 열려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줄을 잘못서서 나폴리행을 타려고 했을때 그런 일이 벌어졌나보다.
내가 지퍼를 안 잠궜나? 하다가 방금 전에 콜라병 챙겨 넣을 때 잠그는 걸 다 같이 본 생각이 났다.
얼른 안을 살펴 보았다. 카메라도 그대로 있고 다른 짐들도 그대로 였다.
아마 가져가려다가 실패한 것 같았다. 천만다행이었지만 나폴리에 대한 인상이 안좋아졌다.
겨울이라 한적한지 모르겠으나 북적거리지 않고 우리나라의 봄, 가을같은 날씨라 돌아다니기 좋았다.
저 아래 축구장을 보니 박지성 선수가 카프리섬으로 신혼여행을 왔었다는 기사가 생각났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다가 떨면서 찍었다.
안전장치가 미흡해 보이는 카프리 정상을 오가는 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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