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이탈리아 - 여행 1 일 신고식

인천공항 라운지에서 쉬고 있는데 아내의 핸드폰이 울린다.

받을까? 말까? 하다가 모르는 번호인데도 엉겁결에 받아 커피를 들고 오는 아내에게 건넸다.

방금 짐을 부치던 창구 항공사 직원이었다.

그런데~!!! 이런 행운이~~

비즈니스석으로 세 사람 다 업그레이드 해 주겠단다.

그것도 공짜로~~!!! 말이다.

덧붙이는 말이.....그런데 식사는 일반식이란다.

아무렴 어떠랴. 지난 여름엔 40 여 만원씩 더 내고도 갔었는데 말이다.

아마도 누군가 테러 가능성 때문에 여행을 취소한 때문이 아닐까?

룰루랄라~~휘파람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잠시 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겪게 될 신고식을 생각 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우르릉~~비행기가 이륙하였다.

아기의 탯줄이 끊어져 세상에 나오듯 우린 이제 또 다른 세상에 자유와 위험 속에 내 던져진 것이다.

 

마션과 인턴.....

영화 2편을 보고 가지고 간 책도 보고 수다를 떨다보니 10여시간이 금방 흘렀다.

마침내 경유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검색대를 통과하였고 달랑 우리 셋만 남았다.

내 밸트도 푸르라고 하더니 손가락 두 마디쯤을 넣어서 내 바지 허리춤을 샅샅이 훑었다.

누가 보면 양복 맞추는 줄로 착각할 모양새다.

그런데 검색대를 통과하고 보니 내 배낭에 문제가 생겼나보다.

 

충전선을 빼지도 않은 채 급히 넣은 아이패드가 찜찜했다.

가방을 검색하던 직원이 검색한 사진을 보곤 서로 뭔가를 이야기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날보고 오라고 하더니 배낭을 열어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지퍼를 열었더니 이곳 저곳 배낭 안쪽 여러군데를 무슨 물질인가를 묻히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다시 다른 검색대를 통과시키면서 모니터로 정밀 검사를 하는 것이었다.

설마? 무슨 일이 있을라구.....

나는 그걸로 끝인줄 알았다.

 

그런데 직원들끼리 뭐라고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갑자기 건너편에 서 있던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두 명의 경찰을 손으로 오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무슨 말이든지 우리에게 해야지 왜 경찰을 부르는거지?

우리 짐에 문제가 있다면 세관원인 너희들과 우리 문제일텐데.....

그들을 보며 눈으로 이런 항변을 하는 사이 두 명의 독일 경찰이 다가왔다.

 

경찰서로 가자고 할 것인가?

게슈타포, 아우슈비추 같은 단어들이 떠 올랐다.

우린 여기 독일에 오려는게 아니라 다만 경유해서 로마로 갈 예정인데 말이다.

 

경찰이 오자 그들은 뭔가 검색 결과가 나온 듯한 종이쪽지를 들어보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찰이 와서 우리에게 하는 말이 이 가방이 도대체 지난 3주 동안 어디에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가방에서 폭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가방을 메고 내가 과학실에 간 적이 있었던가? 부엌에 두었을 때 무슨 식재료가 묻었나?

그런 생각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나 그런 일 한 적이 없는데? 가방? 그 가방은 우리 집에만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한 말 끝에 천천히 또박또박 TNT라고 한 말만이 뱅뱅 머릿속에서 맴 돌고 있었다.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우리 세사람 각각 뭐하는 사람인지도 물었고 우린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그러더니 가방 안에 있는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 늘어놓기 시작 하였다.

갈아 탈 로마행 비행기 탑승 시간에 늦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바심이 일었다.

 

나란하게 꺼내진 물건들은 마치 피의자의 소지품을 늘어놓은 듯 보여서

증1호, 증2호.... 이렇게 써 붙여 놓는다면 TV 뉴스에서 많이 본 용의자의 증거품들로 보일 듯 했다.

급히 서두르느라고 캐리어에 집어 넣지 못하는 것들을 챙겨 넣느라고 채 충전선도 뽑지않은 아이패드.

파손될까 장갑 안에 집어 넣은 작은 카메라.(아마 이들 눈에는 의도적으로 감춘 물건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기내식으로 나온 튜브 고추장까지.....고추장을 문제 삼을 줄 알았더니 그건 대수롭지 않게 보고는 내려 놓았다.

나의 내장이 드러나듯 다 드러났다. 하지만 모멸감이나 자존심 같은 것을 생각 할 겨를이 없었다.

 

그들은 내 카메라를 들어보더니

카메라마다 어떤 사진들이 찍혀있는지 하나하나 다 열어 보라고 하였다.

다행히 사진은 오기 전에 다 컴퓨터로 옮겨놓고 삭제해서 천만다행 No Image라고 나타났다.

 

그렇게 그들은 우리의 모든 것을 훑고 나서야 우릴 놓아주었다.

하마트면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 할 뻔 하였지만 재빨리 거둬들였다.

감사 표현 할 일이 아니었기에......

 

아마도 그들은 내가 무슨 일인가를 시도하려 했다는 의심이 있었던 듯하였다.

풀지 못한 매듭을 가위로 잘랐을 때처럼 갑자기 찾아온 안도감에 어안이 벙벙했다.

 

다행스럽게 로마행 루프트한자 비행 탑승 시각은 남아 있었다.

2시간여 비행 끝에 로마에 도착하니 예정보다 밤 늦은 시각이라 우릴 픽업하러 나온 사람도 많이 기다렸을 것 같았다.

아내 이름이 적힌 A4용지를 들고 서 있는 젊은 이태리 청년은 나보다 키가 작은 청년이었다.

기다리느라고 짜증이 났는지 시종일관 무표정이다. 우린 그를 따라 짐을 끌고 주차장으로 갔다.

늦어서인지 40분 가까이 거칠고 급하게 차를 몰아 호텔로 데려다 주고는 돈을 받고는 이내 사라졌다.

 

호텔 직원은 아침 식사 시간과 장소 그리고 네개의 열쇠의 쓰임새를

하나하나 우리가 못 알아듣는 말로 설명했지만 우린 알아 듣는 것처럼 빨리 응대하였다.

어차피 열어보면서 찾아보면 될 일이고 단지 빨리 누워서 쉬고 싶을 뿐이었다.

길고 긴 하루를 보내고 마침내 로마에 왔다.

 

호텔 엘리베이터와 문

저 호텔문을 열면 오페라 <토스카>를 초연한 오페라 극장이 바로 앞에 아래 사진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