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인터넷으로 날씨를 보니 서울보다 12도 높은 기온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치 서울의 봄이나 가을을 연상하듯 걷기에 그만인 날씨였다.
우린 하루종일 걸었다. 점심을 먹고 걷고, 저녁을 먹고 밤에도 또 걸어다녔다.
테러위험성 때문에 로마에서는 야간 외출 자제하라는 메세지가 외무부 이름으로 왔다.
이제 밤에는 좀 자제해야 겠다.
내 친구들이 아깝데....뭐가?
으음 그 긴 기간동안 이탈리아만 있는게.....
딸은 2주 동안 있을 예정인데도 그런 이야기를 듣는데 3주 동안 그것도 대부분 로마에 있을 우리 내외를,
그 아이들은 시간 낭비하고 있다고 여길런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은 로마의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걷고 걷고 또 걸었다.
판테온도 가고, 트레비 분수도 가고, 콜롯세움도 보고, 보이는 성당이나 교회는 모조리 들어가고,
보르게세 공원까지도 둘러보았으니 딸아이 친구들 생각으론 오늘 떠나도 로마를 다녀왔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한꺼번에 여러나라를 패키지 여행으로 가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여행자로서의 결격사유로 인해 고통을 경험한 이후에는 아예 생각을 접었다.
결격사유중 하나는 낯선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고 다른 하나는 버스 멀미를 한다는 것이다.
멀미도 점차 덜하고 음식에 대해서도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데 주변의 반응은
멀미는 모르겠으나 음식에 관해서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멀미와 음식 모두가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자유 여행에 익숙해지면 음식과 멀미 이외의 이유를 들어 단체 여행을 안 갈런지도 모를 일이다.
걸어다니다 보니 로마는 발에 밟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이 유물과 유적이니 별도의 박물관이 필요없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보르게세 공원은 너무 넓어서 네바퀴달린 자전거를 빌려 타려고 갔더니 면허증이 있어야 빌려준다는 것이었다.
여권을 맡겨도 될 것 같았지만 자전거 분실염려 때문이 아니라 실제 운전과 같으니
면허증이 있는 사람에게만 대여해 주는 것이었다. 나중에 또 올 기회가 있을테니 면허증 가져와서 타기로 하였다.
다니다가 스페인 계단 위 몬티 교회를 들어가게 되었다.
모자를 쓴 상태로 들어가다가 모자를 벗으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크~~!! 그렇지
모자를 벗고 둘러보다 나오는데 한 서양 사람이 모자를 쓰고 들어가는데
날 보고 모자 벗으라고 하던 안내원이 그 사람은 모자를 벗으라고 하지 않는 것이었다.
갑자기 인종차별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왜 저 사람은 모자 벗으라고 하지 않느냐고 물귀신처럼 동작을 섞어 따져 물었다.
그 사람이 이태리 말로 뭐라고 하는데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듯 하자
그가 동작으로 표현을 하는데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가 보디랭귀지로 표현한 것은
저사람은 가슴이 이렇게 나온 여자이고, 당신은 가슴이 없는 남자라서 그런 것이라고,
양손으로 여자의 불룩한 가슴을 만들어 보이는것이었다.
그 동작에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아서 재빨리 알았다고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와서 혼자 웃고 있었더니 집사람이 따라 나와서 왜 그러느냐고 묻는다.
내 이야기를 듣더니, 여자는 모자쓰고 들어가도 괜찮은 거 몰랐어? 하고 묻는다. 응 몰랐어.
책에 밑줄을 쳐 가면서 읽었어도
나중에 다시 보면 여기 내가 밑줄을 왜 쳤지?하고 생각할 정도로 요즘 내 기억력은 믿을 것이 못 된다.
그러니 책에서 읽었어도 기억이 나질 않고, 기억나더라도 행동으로 나타나지지 않는 것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소소한 개인사를 매일 기록해 두는 것도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라질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기억하고 추억 할 것이 없다는 것은.....
길을 다니면서 두 사람은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았지만, 나는 종이 지도가 더 편했다.
가끔씩 딸 아이는 아빠가 얼마나 길치인지를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하여 놀라운듯 탄성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종종 두사람의 놀림감이 되곤했다.
디오클레시아누스의 욕장 : 3세기 말에 만들어 졌는데 3000명이 수용 가능한 최대의 욕장터
스페인광장과 계단 ..... 일부를 막고 공사중.
보르게세 공원
몬티 교회
트레비 분수 앞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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