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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이탈리아 3일째 - 삶이나 여행이나 기다리는 것

오늘은 숙소를 옮기는 날이다.

체크 아웃 하는데 7*3=21 라고 쓰면서 21유를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세가 뭐야? 얼마 전부터 로마를 비롯해서 생긴 세금인데 관광객들에게 매기는 세금이란다.

로마에서 묵었으니 로마 시민으로서 세금을 물어야한다는 이유일 것이다.

로마시에서 직접 세수를 거둬서 유뮬유적을 정비 하는데 쓸 것이라고 집사람은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나는 이탈리아 정치인들의 부패상을 너무 많이 들었던 터라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짐을 맡기고 밖으로 나오니 어제보다는 바람이 차게 느껴졌다.

내 몸 컨디션이 좋지않아서 더 춥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콜로세움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콜로세움은 많이 훼손된 모습이다.

원형의 1/3 정도 남은 지금의 모습도 대단한데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적에는 얼마나 대단했을것인가?

 

콜롯세움을 지나 로마 시대의 거대한 경기장이 있었던 치르코 마시모 쪽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본 소나무들이 우리나라와 같은 종류라고 보여지는데 하나같이 동글동글 예쁘게 이발을 해 놓아서 인상적이었다.

치르코 마시모는 기원전 7세기 말에서 6세기에 걸쳐서 건설 된 경기장으로 길이가 620m 폭이 120m의 좁고 긴 경기장인데

영화 벤허에서 4두마차의 전차 경기가 이곳을 배경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한쪽에서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고 바람을 피할 곳 없는 휑한 개활지라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진실의 입이 있는 6세기에 건설된 산타마리아인 코스메딘 교회가 멀지 않는 곳에 있었다.

거짓말쟁이가 손을 넣으면 먹어 버린다는 말이 전해지는 바다의 신 트리튼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모든 교회나 성당이 그렇듯 입장요금은 없었다. 줄서서 기다리다가 우리도 영화에서처럼 손을 넣고 사진을 찍었다.

 

그곳을 나와 테베레 강을 건넜다. 머지않은 곳에 벼룩시장이 있다고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지도를 보면서 찾는데 목적지는 나타나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는 종이지도를 벗어난 곳이었다.

우린 한비야의 말처럼 지도밖으로 행군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고단한 행군을....

 

한 여자가 말하기를 오늘은 벼룩시장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엄마의 잘못된 정보에 고생을 하는 바람에 뾰루퉁해졌고 엄마는 미안한 마음에 어쩔줄 몰라했다.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여행객들도 잘 가지 않는 곳까지 멀리 왔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길을 묻는데 한 남자가 등에 멘 내 가방을 툭!! 치면서 이거 앞으로 메라고 위험하다고 일러주는데

내가 보기에는 씩~~웃는 그남자가 오히려 위험 인물로 보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우리가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았다.

그 사이 몇 대의 노면 전차인 트램이 지나갔다.

30분이 지나도 오지를 않자 우린 다음에 오는 트램을 무조건 타자고 했다.

아무래도 기다리느니 트램을 타고 로마 중심부에 내려서 걸어가는게 훨씬 나을 것이란 판단에서.

 

한참 후에 도착한 트램은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셋은 조심하면서 붙어있으려 했지만 워낙 사람이 많아 속수무책으로 밀려 다녔다.

가방에 신경도 쓰였고 추웠던 밖에 있다 갑자기 사람 많은 차 안으로 들어오니 땀이 비질비질 흘렀다.

다행히도 무사히 중심부에 도착을 했고 서둘러 호텔로 걸어왔다.

 

다음 숙소인 아파트 주인을 만나러 메일로 주고 받은 약속 장소와 시간을 지키려고 우린 서둘렀다.

약속 장소의 번지수를 찾기는 찾았는데 사람이 나타나지를 않는다.

복사해 온 메일을 다시 들여다 보았다.

she is a mid age blonde woman.

 

오늘은 우리 모두 기다리는 운세의 날인가 보다.

버스도 오래 기다렸는데 블론디도 이렇게 나타나지 않으니 말이다.

 

길거리에서 기다리려니 찬 바람에 다시 땀이 식어서 으슬으슬 추워졌다.

추웠다 더웠다 땀이 흘렀다 식었다를 반복하면서 감기 몸살에 걸릴 최적의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가 전화를 걸려고 종이를 꺼내는데 옆 슈퍼 아저씨가 사연을 묻고는 우리 대신 전화를 걸어주었다.

인상은 거칠게 보였지만 고마웠다. 우린 앞으로 물건 살 일이 있으면 무조건 이 가게에서 사자고 했다.

2분후에 온다고 알려주었지만 블론디가 차를 타고 나타난 것은 5분도 더 지난 후였다.

나타난 블론디는 상상 속의 블론디는 아니었고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오드리 헵번은 더더욱 아니었다.

8,90년대 우리나라 복부인 같은 인상을 주는 여자였지만 머리는 블론디가 맞았다.

그정도 기다린 것은 당연하다는 듯 미안하다는 기색도 없었다.

 

블론디를 따라 아파트로 올라갔는데 먼저 묵었던 호텔보다 넓고 깨끗했다.

이러저러한 안내를 한 뒤에 딸과 집사람을 둘러보더니 둘이 친구 사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세상에나~~!!

모녀 사이를 친구 사이로 보다니, 립서비스인 줄 알았는데 모녀사이라는 말에 블론디도 놀라는 표정이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이 동양인의 얼굴을 보고 나이를 짐작하지 못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덕분에 기다리느라고 불론디에게 화가 났던 마음이 사그러든 표정이었다.

5시도 안된 시각이어서 둘은 나갔다 오겠다며 나가고 난 타이레놀을 먹고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여행 초기에 감기라니......나는 물론 다른 두사람을 위해서라도 빨리 회복해야 했다.

 

 

 

 

 

 

 

 

 

 

골롯세움 옆에 있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개선문

 

 

말이 끄는 전차 경주가 벌어졌던 치르코마시모.....저 끝에 진실의 입이 있는 교회

 

 

진실의 입

 

 

그레고리펙이 오드레 헵번에게 장난치는 영화의 한장면 <로마의 휴일>

 

강을 건너오니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