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의 시계탑광장에는
어제 붐볐던 인파들 대신 웨딩촬영하는 몇몇 팀외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하벨시장을 들러 어제 가지 못한 황금소로를 가기 위해 다시 프라하성을 올랐다.
차가 없으니 오늘은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황금소로에는 어제보다는 한결 사람들이 적어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오늘은 누나들이 우리들보다 하루 먼저 떠나는 날이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로 누나들을 떠나 보내고 나니, 갑자기 휑~~한 기분이 드는 것이 너무 허전했다.
나이 많은 누나 둘을 우리들이 보호해 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의지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을땐 전혀 몰랐는데 떠나고 나니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던 것이다.
떠나고 나서, 잃고 나서, 없어지고나서,
떠난 것들, 잃은 것들, 없어진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나는....우리는....
돌아다니는데도 흥이 나지 않았다. 여행의 끝이어서 그랬을지.....마음이... 파장무렵의 시장같다.
카를교도 다시 가고, 유태인 거리도 가고 했지만 기운도 빠지고, 맥도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짐을 대강 정리하고 잠을 청했다.
이제 여행의 종착역이 다가오고 있다.
다음날 택시가 와서 우리들 짐을 실었다.
운전 기사는 아주 유쾌한 사람이었다. 자기 아들이 18살 축구선수인데
이 다음에 바르셀로나의 이니에스타같은 지적인 축구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아스널로 이적한 체코의 체흐 골키퍼를 아느냐고 해서 안나고 했더니 흐믓해 하였다.
체코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박지성을 축구 선수로서 자랑스러워하듯 체흐 골키퍼를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우리도 맨유에서 뛰었던 박지성을 아느냐고 물었고,그도 당연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밝고 낙천적인 기사 덕분에 기분이 밝아진듯 했다.
비행기는 프라하를 날아 푸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공항에 비행기가 내려앉자 한 여성 승객이 큰 소리로 웃으며 박수를 쳤다.
기장의 노고에 대한 박수이거나, 고소공포증으로 인한 안도의 박수 같았다.
개인적인 감정을 다른 사람 앞에서 드러내는데 익숙치 않은 나는 낯설고 생경한 느낌이 든다.
한편으로 좀더 매사에 포용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서울로 향했다.
긴 여정 끝에 우린 무사히 집으로 도착했다.
한비야처럼 지구를 몇 바퀴 돈 것도 아니고,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고 온 것도 아니지만
우려하고 걱정했던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도 아프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것에 큰 만족감을 얻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한다.
일상이라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잠시 내려왔는데 싫건 좋건 다시 올라가야한다.
여행을 떠난다는 건 일상으로 되돌아간다는 걸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지막날 밤에....시킨 음료가 다 다르다. 무지개는 색이 서로 달라 아름답듯이 사람도 서로 다르다는 걸 전제하면 더 인생이 풍요로울 것이다.
상공에서 본 프랑크푸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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