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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오스트리아 - 6인 7각

 여행 떠나기 전 날 큰 아이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

 

"여행가서 싸우지 마세요~"

"다 큰 어른들이 왜 싸우니?"

"오랜 시간 같이 있다보면 성향도 다르고 당연히 의견 차도 있게 마련이잖아요."

 

큰 아이 말이 맞았다.

우린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종교가 다 다르다.  불교, 무교,개신교,천주교.....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그런데다가 식성도 다르고, 아침형 인간과 올빼미형 인간과 생각과 말과 행동....

냉난방의 싫고 좋음, 보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사진을 찍고 싶은 것 등등.....

 

패키지 여행이라면 데려다 주는데 내려서 보다가 타고, 데려다 주는 식당에서 밥을 먹기만 하면 된다.

다름이 문제될 게 별로 없을지도 모르지만,

우린 우리 스스로 결정하고 스케줄을 정하고 하는 것이라 의견 조율이 항상 필요한 여행인 것이다.

마치 6명이 서로서로 발을 묶고 뛰는 6인 7각의 경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함께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고통을 분담하고 나누어야 하는 것이고

기본적인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반환점을 돌 때 쯤 우린, 서로의 아픔과 고충과 섭섭함을 이야기 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서로 묶은 발목이 아팠을 것이고, 한번쯤 서로 다른 생각을 토해 낼 필요는 있었다.

그 덕분에 우린 남은 여행을 계속 할 동력을 새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여행 떠나기 전,

남편이 PD인 작은누나 아는 분이

5,60대 6명이 자유여행에 차를 렌트해서 다닐 예정이라는 얘기를 듣고

"카메라 붙여줄까?"하고 말했다는데,

 

아마 우리 여행을 영상으로 담아 다른 사람들이 보게 된다면,

우리의 언쟁 부분이 가장 볼만한 내용이었을런지도 모른다.

'꽃보다 할배'에서 쇠고기 장조림을 걷어찬 백일섭 이야기가 재미있듯이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 중 누군가가 무엇을 걷어차지는 않았다.~~ㅎㅎ

 

 

<짤츠부르크에서....둘씩 하트를 그리며 사진을 찍다가 찍은 발, 신발 모양만큼이나 다르다. 우리는....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