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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독일 - 뉘른베르그 1

 

 

뉘른베르그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가다가 동생 내외를 만났는데 뭔가 다급한 표정이다.

빨리 주차장에 가서 차 있나 보러 간다는 것이었다.

 

어제 주차하면서 뭔가 경고 문구를 보긴 했지만 호텔에서 안내를 해준데다가 

전면주차의 뜻으로 알고 별거 아닐거라고 생각했던 문구 동생 친구중 독일어를 하는 친구에게

해석해 달라고 했더니 아침에 카톡이 왔는데 우리로 말하면 거주자 우선 주차장이라 견인 할 수도 있다는 경고 문구였단다.

이곳에서 견인을 당하면 어디로 견인해 갔는지 우리나라처럼 장소를 알려주지도 않는단다.

 

걸어서 5분 이상 되는 거리라

기다리는데 꽤 오래 지난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 차는 그대로 있었고 지하 3층에 내려가 주차할 수 있었단다. 휴~~10년 감수~

 

 

아침을 먹고 호텔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형수의 다리라는 이 다리는 사형수가 건너가 저승으로 가는 길이다.

 

 

사형집행인의 집에는 섬뜩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이 다리를 건너며 이승에서의 마지막 걸음을 떼는 사형수들은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울며불며 자신의 무고함을 항변한 사람도 있을테고,

정치적인 박해로 형장으로 가는 의연한 혁명가의 모습도 그려본다.

이 근처 어딘가에 저승으로 가는 길목이 있는 셈이다.

이 다리의 나무들은 온갖 죽음의 사연을 다 보고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다리 끝부분에서는 한 남자가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죽은 자의 넋을 기리는 소리 같았다.

 

 

 

 

 

 

  광장에는 공연 준비를 하는 사람들과

조금 있으면 발 디딜 틉없이 들어찰 자리에 이미 자리를 찾아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막 이광장에 들어서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오래전에 왔었던 작은 누이와 집사람은

"어? 저 왼쪽에 있는 저 탑이 공사중이네~~에이 보여줄게 있었는데...." 하면서 아쉬워한다.

그러다가 가까이 다가가는데 저기 뭔가 보인다. "어? 저기 있나보다."하고 소리친다. 뭔데 그래~~

 

 

 

보수 공사를 하면서 손으로 잡고 돌리면 행운이 온다는 고리를

이렇게 공사 가림막 밖에서 만져 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그 부분만 드러내 주었다.

아이고 세심도 해라~~^^

 

 

나도 돌려보았다. 소원을 빌면서~~

발설하면 안 된다고 해서 소원을 말할 수는 없다.

집사람은 딸아이 고3 올라가는 겨울 방학 때 이 곳을 왔었다.

고3이되는 아이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간다는 주변의 핀잔도 들으면서.....

아마도 이 고리를 돌린 행위도 대학에 들어가는데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건물 벽에 드러난 예쁜 나무 무늬가 있는 건물들을 지날 때 작은 누나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진다.

"아~~여기 좀 봐~~ 이 길을 거닐던 기억이나~~ 아이들하고~~"

"내가 여기 언제 다시 울 수 있으려나 생각했는데, 여길 다시 오게되다니~~꿈만 같아." 작은 누나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직전이다.

아마도 아이들과 있었던 모든 일들이 떠 올랐을 것이다. 열심히 사진을 찍어서 아이들에게 보낸다.

사진을 받은 아이들이 늦은 시간임에도 난리가 났단다. 아이들의 환호성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

 

 

 

 

9시가 넘어서도 환하다. 더 위도가 높은 북구의 백야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간다.

열심히 일한 당신 뿐 아니라 열심히 달렸을 차들도 얌전하게 쉬고 있고, 카페와 술집들도 서서히 불을 밝힌다.

뒤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누나들 둘은 우리와 조금 떨어진 다른 호텔에 묵게 되었고 내일 보자고 하면서 우리와 헤어졌다.

 

 

들어오다가 우리내외와 동생내외는 한 카페를 발견하고 가서 의자에 앉았다.

누나들을 다시 부를까? 누나들 피곤해서 잘거야. 아마....우린 이렇게 생각했다.

각자 취향대로 맥주, 포도주, 럼주를 섞은 레모네이드를 시켰다. 주인이 젊은 힐러리와 닮았다.

힐러리 닮았다고 하자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동생 내외를 두고 우리도 피곤해서 먼저 일어섰다.

동생 내외가 bill~이라고 하면서 계산서를 달라고 했더니 beer~로 알아듣고 맥주를 한잔 더 주더란다.ㅎㅎ

그런데 다음날, 우린 정말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은 그런 아침을 맞았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서 힐러리 어쩌구~~하면서 수다를 떨고 있을 그 시각.

누이들은 이렇게 김치를 담그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얼굴을 들 수가 없어서 우린 아무 얘기도 못했다.

그래서 밤에 또 다시 힐러리가 하는 카페에 누나들을 모시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