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면허는 땄지만 초보 운전에다 아직 시내연수도 제대로 받지 않았고,
가끔 안전한 고속도로에서 운전대를 몇 번 맡긴 것이 전부다.
그런 아이가 연휴동안 친구와 춘천에 공연을 보러 가려는데 차가 있으면 좀 편하겠다고 차를 쓰겠단다.
이틀동안 보험을 새로 들어주고 차를 맡기고 나는 당직이라 출근을 했다.
그런데 춘천에 가기도 전에 마트에서 주차하다가 기둥에 옆의 문짝을 크게 긁는 사고를 냈다.
알아보니 대충 100만원은 훨씬 넘어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아빠~~어떡하지?"
"그럼 차 놔두고 기차를 타고 가던가, 셔틀 버스있다면서 그것 타고 가~~!! "
그렇게 이야기 해야 할 것을
"알았어. 그럼 다녀와서 보자. 조심해~~"
이렇게 앞뒤 생각없이 말해버렸다.
막상 허락을 해놓고는 이만저만 후회가 되는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 아이는 운전을 해서 가는 길일터......
초보에 처음 가는 낯선 밤길을 잘 갈런지가 걱정이다.
계속 카톡으로 문자를 보내도 대답이 없다. 옆에있는 친구라도 대신 전해주면 좋으련만.....
아마도 서로 긴장해서 소리를 듣지 못했으리라.
엄마가 집에 있었다면 아마도 절대 차 가지고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텐데....
엄마는 지금 유럽에 가 있으니 물론 알리지도 않았다.
2시간 남짓 지나고 나서야 차가 막혔다면서 잘 도착했다고 카톡이 왔다.
나는 "휴우~~"하고 카톡을 보냈다.
그리고는 올 땐 졸지말고, 혹시나 차 없다고 밤길이니 절대 과속하지 말고,
힘들면 휴게소에서 꼭 쉬다가 오고, 임시 주차장에 사람 조심 하고 ....등등 걱정의 메세지를 한바가지 보냈다.
11시에 끝난다니 딸아이 집에 돌아오려면 새벽 한 시는 되어야 할 것 같다.
평상시같으면 벌써 취침시간이 지났음에도 잠도 물론 오지 않고 집 안을 서성이게 된다.
출발한다는 문자를 받고 도착할 때까지 정말 좌불안석.
마침내 아이가 현관문이 열리면서 들리는 풍경소리가 얼마나 기쁘던지....
차 망가진 것은 순간 까맣게 잊고 잘 돌아온 것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늘 수리를 했는데 문짝이 찌그러진 것은 물론,
창문을 오르내리는 것도 망가져서 130만원의 수리비가 나왔다. 보험처리를 했다.
출근한 아이한테 연락이 왔다.
"차 수리비 제가 부담할게요~~ㅎㅎ"
"됐어~~ 그럼 저녁이나 사~"
"저녁도 사고 수리비도 낼게요~~ㅋㅋ"
"벼룩의 간을 빼 먹지~~"
늘어지게 쉬려던 연휴가 날아갔다. 속절없이 허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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