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본 날씨는 서울보다 15도 높은 기온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운동화를 샀다. 싸고 맘에 들었다. 모자를 파는 매장에서 맘에 드는 게 있는데 너무 비싸다.
비싸다는 표정을 지으니 ‘메이드인 저팬’ 이란다. 일본 상품이니 당연하지 않느냐는 뜻이리라.
사지 않았다.
이쁜 에비스 역 주변을 둘러보다가 옆 건물에 올라갔다.
무조건 가장 높은 빌딩이 있으면 고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무작정 올라간다.
날더러 ‘또 올라가려고?’ 하면서 마지못해 따라온다. ‘이제 그만 좀 하지.....’하는 표정이다.
상점마다 들러서 물건 구경하려고 할 때, 내가 ‘이제 그만 좀 하지....’할 때의 표정과 같을 것이다.
꼭데기에 올라갔더니 이게 웬일?
눈덮인 후지산이 보이는게 아닌가? 거봐 올라오길 잘 했지?
대부분 전망 좋은 곳에는 식당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곳은 예외였다.
후지산은 마치 회반죽을 발라 놓은 듯 하얀 눈이 덮여 있었다.
이제 가장 살기좋은 마을 1위에 꼽힌다는 지유가오카, 다이칸야마, 덴엔초우등의 마을을 둘러볼 차례이다.
내가 너무 기대를 하고 와서 그런지 거기가 거기고, 그곳이 그곳같았다.
살기좋은 마을이란 것은 사람마다 취향과 생각과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믿을 만한 것은 못되는 것이다.
어쩌면 살기 좋은 곳이라기보다는 집값이 비싼 동네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서울의 한남동, 평창동, 성북동같은 그런 동네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곳을 둘러보고 이케아 매장을 가기위해 전철에서 내려 셔틀버스를 탔다.
매장 한 층에는 거실,욕실,방,주방 등에 물건을 실제 사용하는 형태로 전시하고,
한 층에는 그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가구를 판매하는 곳의 창고형 매장을 보니 이케아 매장 때문에 우리나라 가구점들
다 죽을 거라고 앓는 소리를 할만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케아 매장에서 나와 전철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그만 옆에 앉은 여자와 서로 머리를 부딪쳤다. 나만이 아니라 그 여자도 졸고 있었던 것이다.
우린 서로 미안하다는 목례를 했다. 내가 쓴 모자의 완충작용때문에 머리는 아프지 않았다.
뒤에 앉은 마가렛이 나와 그 여자가 선보인 아마추어 개그에 소리 없이 웃었음에 틀림이 없었다.
나중에 그것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나는 잠이 달아났지만, 그 여자는 왼쪽의 남자 친구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다시 잠을 청하였다.
이젠 절대 내 쪽으로 고개가 기울어지지 않도록 몸까지 비스듬히 기대었다.
운전석 뒤 화면에선 이케아 광고를 되풀이 틀어주고 있었다.
이케아에서 구입한 놀이기구에, 이케아에서 구입한 장난감을 가지고, 이케아에서 구입한 옷을 입은 아이가
이케아에서 구입한 가구로 장식된 거실에서 활짝 웃는 부모와 함께 활짝 웃으면서 놀고 있는데,
벌써 몇 시간째 똑같은 표정들이다. 치료를 받아야 할 비정상적 조증환자 가족임에 틀림없다.
에비수 역 한 빌딩에 올라가서 본 후지산
에비수 맥주 박물관
에비수 가든 샹들리에
지우가오카, 다이칸야마....풍경들....
살기좋은 동네 1위라는 지우가오카에 대한 기억은 다코야끼 먹은 기억만이 남을 뿐 다른 것은 기억에 곧 지워질 것 같다.
이케아 매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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