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이 더부룩하다. 도쿄에 와서 처음으로 면도를 했다.
누구 대상 조사인지 모르나 책에는 살기 좋은 마을 2위라고 나와있는 기치조지를 가기로 하였다.
신오차노미즈 역에서 전철을 갈아타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사람들이 줄지어 어디론가 향하였다.
우린 갈아타려던 계획을 잠시 미루고 사람들을 따라갔다.
아마 어디서 복주머니 행사를 하는 백화점이 있나? 생각을 했는데 아니었다.
신년 행운을 비는 행사를 하러 가는 것이었다.
그곳을 나왔는데 이정표에 이곳이 요시마 성당사거리라고 쓰여 있었다.
아하? 이 근처에 성당이 있나 보다. 하고 두리번 거려 보아도
눈이 닿는 곳 어디에도 성당 비슷해 뵈는 건물은 없었다.
지나가는 여자에게 물어보았더니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손짓으로 알려주었다.
손짓을 하는 중간 중간 추임새를 넣듯 어~에~에~라는 말을 하는 모습이
마치 언어 변비걸린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두 손으로 T자 모양으로 길모양을 해 보이고,
그 T자 끝부분에 있다고 하는 것 같았다.
손이 셋이라면 그 곳을 가리켰겠지만 손은 둘 뿐이라 코 끝을 그곳에 가져다 대는 것이었다.
그 동작이 하도 우스워서 우리도 웃고, 그 여자도 잇몸이 드러나게 웃었다.
우린 알아들었다는 표시와 감사의 목례를 하였다.
언어라는 것은 소통의 아주 작은 구실을 할 뿐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언어가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동작, 눈빛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말이 아닌 것으로 가능했던
소통의 기쁨은 거리에서 파는 400엔짜리 단팥죽을 사 먹은 것 못지않게 힘이 나게 했다.
하지만 찾아간 곳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성당이 아니었다.
그곳은 공자를 모신 곳이었다 하지만 우린 찬찬히 둘러보았다.
그곳을 나와 갈아탈 역으로 향해 돌아서는 순간, 십자가가 있는 성당이 보였다.
어? 저기 있네 성당이... 우린 다시 또 다시 그곳을 향해 갔다.
가서 보니 그곳도 우리가 찾는 성당이 아닌, 그리스 정교회 건물이었다.
마가렛은 그곳에서도 어김없이 초를 사서 꽂아놓고 기도를 한다.
우린 잠시 우리가 가려던 목적지를 잊고 한참동안 돌아다녔지만
우연이 가져다 준 것들에서 만족감을 얻었다.
시인 고은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라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목표만을 보고 가느라 가는 중간에 놓치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어쩌면 목표만 중요하고 과정이 무시되는 삶을 살아온 것 같다.
우린 앞으로도 전철을 갈아탈 때 갈아타는 역 주변도 둘러보기로 하였다.
서울과는 다르게 도쿄는 갈아탈 때마다 요금을 지불해야하니
진작 그랬으면 더 많은 것을 보았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도착한 기치조지는 살기 좋은 마을로 손색이 없는 곳이었다.
조용한 주택지에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숲과 호수가 있었고,
주택가에서 한 블록만 가면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삶에 필요한 것들을 잘 갖춘 마을처럼 보였다.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듯 했고, 날씨 탓인지 기분 좋은 에너지가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여기보다 살기 좋은 마을 1위로 선정된 곳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
사람들이 줄지어 가길래 따라간 곳은 새해 소원을 비는 사람들로 붐볐다.
어떤 소원들을 적어 묶어 놓았을까?
성당이라고 알고 찾아간 곳은 우리가 생각한 성당이 아닌 공자를 모신 곳이었다. 사진을 찍어도 좋다고 하였다.
공자상.
물을 가득 담으면 홀랑 뒤집어져서 쏟어진다. 쏟아지지않게 하려고 조심조심 부어 보았지만 매 번 실패하였다.
과유불급의 교훈을 주는 계영배와 같은 것이리라. 공자 사당 안에서....
그리스 정교회 건물
오차노미즈 역과 신오차노미즈역이 있어 환승하는 곳
마침내 도착한 기치조지.........
기치조지 마을 풍경들....
여기까지 기치조지
아래는 가메야리 사진
저녁을 먹고 가메야리 동네를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다가 들어가 본 곳은 마루한이라는 파친코 도박을 하는 곳이었다.
며칠 후 낮에도 가 보았는데 성업 중이었다. 주변에 이런곳이 생각보다 많았고 집들을 유심히 보면 빈부격차가 큰 동네로 여겨졌다.
그래서 그런지 조카의 말로는 도쿄 다른 곳에 비해 치안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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