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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방화범

휴일.

날이 쾌청하여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도로로 나갔다.

실내에서 보는 날은 맑았으나 밖으로 나오니 생각보다 쌀쌀했다.

모자를 쓰고 그 위에 점퍼에 달린 모자까지 뒤집어 썼다.

 

한참을 달리는데 누군가 뒤에서 내 배낭을 툭 쳤다.

순간적으로,  나를 아는 누군가가 반가워서 그랬으려니 생각했다.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가 종종 아는 사람을 만나곤 했으니 말이다.

자전거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았다. 전혀 알지 못하는 3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뭔가를 나에게 이야기 하려는데, 숨이 차서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에이~~담배를 끊어야 되는데.....헥헥!!" 그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겨우 내뱉은 말이였다.

 '당신이 담배를 끊거나 말거나 날 왜 불러 세운 이유가 뭐냐?' 속으론 이랬지만

겉으로는 왜 그러느냐고 점잖게 말했다.

 

그는 한참을 아무 말을 못하고 숨을 헐떡거렸다.

아마도 자전거를 탄 내 뒤를 죽어라하고 쫓아온 모양이었다.

어느 정도 숨을 고르고 나더니 하는 말이.... 

푸른 점퍼에 청바지, 그리고 노란색 자전거를 탄 사람이 천변에 방화를 하면서 다닌다는 신고가 들어왔단다.

그러면서 그는 형사신분증을 내 보였다. 그런데 바로 내가 딱 그런 차림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불자동차가 서 있는 걸 보고 지나쳐 온 기억이 났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그 형사는 뛰었으니 힘도 들었을 것이다.

소리도 질렀을텐데.....모자를 두개나 썼으니 들릴리가 만무했다.

 

내 배낭속 소지품을 보자고 해서, 배낭에 들어있는 것을 꺼냈다.

모자, 머풀러,책,그리고 헤드렌턴,선그라스,장갑을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신분증까지 요구를 해서 보여주었다.

 

방화범이 벌써 도망갔겠지 근처 얼씬거리겠어요? 하니까

방화범은 다시 화재현장에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검문이 끝나고 내가 방화범이 아닌 확신이 섰는지 형사는 인사를 하곤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길을 가면서

형사가 이야기 한 인상착의가 어쩌면 그렇게 나와 똑같을 수 있단 말인가?

혹시 방화범이 방화를 하고는 혼선을 주려고 지나가는 내 차림을 보고 신고를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신창원으로 의심을 받은 이후 두번째로 용의자가 될뻔 하였다.ㅎㅎ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 불이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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