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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파리 16일째

오늘은 마지막으로 호텔을 옮기는 날.

미리 짐을 싸서 체크 아웃 하고 짐을 맡겼다. 카타콤베 가기로 한 날이다.

지난번 기다리다가 못들어가고 돌아온 곳. 오늘은 아무리 기다려도 들어가야지...

 

입장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 했음에도 줄은 반 블럭쯤 둘려쳐져 있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몇 시에 나온거야? 아주 오래 기다릴 작정들을 한 모습들이다.

해바라기를 하며 모닝커피를 마시는 사람, 몇 시간이고 기다릴 각오를 하고 서로의 동에 기대어 졸고 있는 사람등...

우리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우리가 줄을 서자 우리 뒤로 순식간에 줄이 길게 늘어져 30 분 쯤 지나자 공원 모퉁이를 돌아 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기온은 서울 보다 10도 이상 낮은 영상8도를 가리키고 있다. 그늘 속은 옷을 껴 입었어도 한기가 느껴진다.

한 두 시간은 기다리기로 작정 한 터라 가지고 간 책 을 꺼냈다.

 

입장시각은 열시.

우리가 도착한시각 9...한시간이 지났다. 읽던 책을 맡기고 줄이 얼마나 늘어섰나 궁금했다.

줄은 한 바퀴를 돌아 줄의 시작과 끝이 닿기 일보 직전이다.

 

기다리는데 숲속에서 참새가 나타났다.

무료했던 사람들이 바게트빵을 잘게 쪼개 던져 주자 덤불 속에서 우루루 참새떼가 몰려 든다.

추위를 앞두고 먹이를 두둑이 먹어두려는 듯하다. 재재거리며 먹고 있던 순간.

한 마리의 비둘기가 나타나 참새들 쫓아내고는 가장 큰 바게트 빵 조각을 순식간에 날름 삼켜 버린다.

비둘기의 위세에 놀라 참새들은 달아나고 평화로움은 깨져 버렸다.

참새에 비해 비둘기는 너무 위압적이고 체격이 거대했다. 더 이상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 아니다.

 

기다린 지 2시간이 지났다. 우린 사과를 하나씩 꺼내 먹고 번갈아가며 화장실도 다녀왔다.

뒤의 젊은이도 지루한지 음악을 틀었다. 작은 스피커에서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쌀쌀했던 날씨는 시간이 지나자 일광욕 하기 좋은 가을 날씨로 변했다.

지난번 우리처럼 기다리다 그냥 돌아가는 사람, 긴 줄을 보고 기겁해서 돌아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렇게 한없이 기다린데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있었지만 들어가는 입장객수를 통제해서

항상 일정한 사람 이상을 들여보내지 않기 때문이었다.

현재 이 지하 묘지에 몇사람이 있는지가 숫자로 입구에 표시되어 있었다.

그렇게 기다린 지 무려 3시간20분만에 들어갔다.

 

달팽이 계단을 내려가자 좁은 돌길이 나타났다.

좁고 기다란 길이라 사람들을 한꺼번에 내려 보내지 않은 듯 했다.

안전 문제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많으면 이 지하묘지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밖에는 길게 줄을 서 있지만, 안으로 들어오니 긴 길의 저 끝까지 앞서간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우리의 발자국 소리만이 들린다. 바닥에는 군데 군데 물이 고여 있는 곳도 있고 습했다.

그런 길을 잠시 걷다가 마침내 수많은 유골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세상에나~!!!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유골들이 양 옆으로 어른 키 높이 정도로 끝없이 쌓여 있었다.

 

어느 해 엄청난 홍수로 물난리를 겪었을 때 파리의 있는 묘지들이 쓸려나갔고,

그 수많은 유골들을 이곳 채석장에 옮겨와 정리하게 되면서 이곳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수 많은 유골들의 영혼은 지금 어디를 떠돌고 있을까?

손을 대면 바스러질 것 같은 유골들은 수많은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승에서 몸으로 살아하는 나와 달리 영혼으로 사는 저들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이 지하에서 저 유골들과 지내야하는 저 안내 요원들은 어떤 심정일까?...

죽음에는 다 각 가지 사연이 있을텐데...저 수많은 사연들은 어떤 것들일까?

삶과 죽음에 관한 온갖 의문점들이 머리에서 맴돈다.

오래 전 일이니 필시 편한 죽음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많은 유골들을 대해서인지 섬찟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수많은 뼈들과 해골들을 보며 말없이 상념에 빠져 걷고 있는데

우리 뒤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뛰어오고 있었다.

발자국 소리가 다급하게 느껴져서 우린 달려오는 남자에게 좁은 길을 터 주었다.

뭔가 급한 일이 생겼나? 아니면 폐쇄공포증 때문인가?

남자는 우리를 지나쳐 달려갔다. 그리곤 후미진 구석으로 숨어 들어갔다.

 

잠시 후, 우리 뒤에서 다급하게 뛰는 또 하나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여자다.

그 여자도 역시 우리를 지나쳐 뛰어간다. 놀라 두리번거리던 여자가 남자를 찾아내고는 이내 남자의 품에 안긴다.

젊은 커플은 신혼여행 중인가 보았다. 그들에겐 이 유골 속의 미로가 잠시 숨바꼭질 놀이터가 되었다.

그들에겐 죽음이란 아주 먼 훗날의 일이고 ...여기 죽은 자들의 사연은 아주 오래 전의 남의 일인 것이다.

막 사랑이 충만해 있을 그들에게 이 수많은 죽음 앞에 숙연하라고 나무랄 일도 아니다,

이미 죽은 자들도 저런 순간도 있었을 것이고, 죽음도 삶의 옆에 항상 붙어 언제 닥칠지 모르니 말이다.

 

쩌면 죽음이란 것은 영혼이 육체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떠 다닐 자유를 갖는 것은 아닐까?

그리하여 삶은 자유로운 영혼을 육체가 억압하고 가둔 시기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이런 염세적인 생각들도 들었다.

 

50분정도 지나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밖에 나오니 아주 오랜 시간 만에 나온 느낌이 들었다.

밖은 아주 쾌청하고 파란 하늘을 보여주고 있었다. 극명하게 산 자들과 죽은 자 들의 대비를 보여주려는 듯하다.

 

아주 낯선 곳을 다녀와서 일까?

이승의 파란 하늘이 생경하게 느껴진다.

습하고 어두운 지하에서 쾌청하고 밝은 밖으로 나오니 잠시 아뜩하고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죽은 어느 영혼이 내 몸에 붙어 따라 나온 것일까?

이때부터 파리를 떠날 때까지 두통이 계속되었다.

삶에 대해 냉소적인 생각이 들어서 일지, 현실의 모든 일에 대해 약간 심드렁해졌다.

 

유별난 움직임의 식당 종업원이

내 옆에다 조미료와 향신료들이 들어 있는 병들을 떨어뜨려 모조리 박살이 났음에도

그저 영화 화면 속의 일처럼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이런 일은 죽음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야.’

 

 

 

 

 

 

참새의 먹이를 앗아간 폭군 비둘기와 여린 참새의 그....어마어마한 크기 차이......

 

입구쪽의 시작과 저 뒷편의 끝부분이 거의 한블럭을 돌았다. 가운데 서성이는 사람들은 기다렸다 들어갈지 포기할지 상의하는 듯 했다.

 

 

 

 

 

 

출구는 입구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출구 맞은 편에는 해골모형이 걸려 있는 상점이.....

 

 

 

 

사르트르와 보봐르로 인해 유명해진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