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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파리 3일째(다이애너비 추모비)

봤어? ~ 나도 봤어. 흐흐~

강변에 흑인 여성이 홀로 앉아 있자, 한 남자가 와서 말을 건넨다.

폼세가 수작을 부리는 것 같았다. 잠시 들어주는듯하던 여자는 벌떡 일어서서 가 버리자,

남자는 찌그러져서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다.

여자의 얼굴은 오래전 배우 소피아 로렌을 닮았고, 에펠탑만큼이나 키가 컸다.

소피아는 당당하게 에펠탑 쪽으로 걸어갔다.

 

우리도 에펠탑을 향해 다리를 건넜고, 그여자는 수많은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탑 아래쪽엔 대형 버스들이 단체관광객들 쏟아 붓고 있었다.

쏟아진 관광객들은 길게 줄을 서서 올라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라갈 때까지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 할 것 같았다.

 

탑의 기둥 하나가 작은 아파트 한 동은 되어보였다.

이 탑을 건설할 당시 사람들의 반대가 워낙 심해서 한시적으로 세워두려고 했단다.

당시 에펠탑을 마땅치 않게 여긴 한 유명작가는 탑이 안 보이는 곳을 찾아 식사를 했는데,

저 높은 에펠탑이 안 보이는 곳이 파리 어디에 있었을까? 바로 에펠탑 안에 있는 식당이란다.

반대도 무리가 아닌 것이 일정한 높이의 건물들 사이에 삐죽하게 철골로, 마치 송곳처럼 솟아 있어서

독불장군처럼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사이 에펠탑은 파리의 상징이요,

프랑스의 자존심처럼 되어 버렸으니, 반대했던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짐작이나 했을까?

 

만일 프랑스와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어떤 과격한 무리들이 테러를 일으킨다면

당연히 그 목표는 에펠탑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걱정 때문일지,

에펠탑 앞 광장을 걷다보면 광장 끝부분에 평화라는 말을 온 나라의 언어로 장식한 기둥들이 보인다.

 

걷다가 문득, 에펠탑에서 멀지않은 강 건너에

다이애너비가 사고당한 지하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곳에 가보자고 했다.

거긴 왜 가려고 그래? 남자와 여자의 차이일까? 나는 가보고 싶었고 동의해 주었다.

 

멀리서 사진을 통해 보았던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 저기구나.

일 차선을 건너 당시 사고를 당한 지하도 안도 들여다보았다.

우아하고 어려운 사람을 돌보는데도 앞장섰던 다이애너비. 그의 장례 때  영국인들은

그 누구의 장례 때보다 비통함을 감추지 않았다고 하는데 영국왕실에 대한 반감도 작용한 게 아니었을까?

더구나 다이애너비가 죽자 바로 재혼한 찰스왕세자는 조금이나마 애도의 심정도 없는 듯해서

영국인은 물론 모든 남자들의 분노의 대상이 되었었다. 비정한 놈이 된 것이다.

 

다이애너비가 애인과 있다가 사망을 했거나,

그 이전에 이런저런 남자문제로 구설수에 올랐어도

결혼 전부터 카밀라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던 찰스를 옹호하는 입장은 드물었던 것 같다.

 

다이애너비를 추모하는 낙서들이 비에 젖어서 그런지 더욱 애틋한 느낌이 들었다.

그 낙서들만이 이곳이 다이애너비가 사고를 당한 곳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8시간 이상을 걸었고, 새로 산 샌들이 맞지 않아 발꿈치가 벌겋게 되었다.

내 발이 까질까봐 염려스런 마음이 다이애너비에 대한 애틋함을 밀어내 버렸다.

어차피 죽은 사람만 서러운 법이다.

 

 

 

다른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클 것 같은 얼굴 골격이 소피아 로렌 닮은 여자.

 

 

사람이 바글바글.....어김없이 에펠탑 파는 사람들...

 

 

 

광장 끝부분에 이렇게 한글로도 평화란 글자가.....

 

 

다이애너비 추모비

 

 

 

 

사고가 났던 지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