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파리 2일째 ( 파리 경찰서를 찾아가다. )

그래~ 그래에~~

오늘 무슨 일인가를 꼭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생각했던 일정을 하루 뒤로 미룬다고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우린 경찰서나 한번 찾아가 보고 잊기로 했다. 포기는 빠를 수록 좋으니....

카메라 못 찾으면 대신 눈에 많이 넣어가라고 그런가보다. 하고 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쉽지만 휴대폰 카메라도 있고 오래된 똑딱이 카메라도 있으니

그냥 경찰서 찾아가는 일이 오늘의 미션이다 생각하고 편한맘으로 가기로 했다.

 

경찰서의 위치를 대강 호텔직원에게 묻고 나섰지만 생각보다 경찰서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폴리스 오피스를 수없이 물어보았지만,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 모르겠다고 손사래 치는 사람,

일본인인걸로 지레짐작하고는 동료중에 일본인을 데리고 오는 사람 등등

 

그러다가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두 남녀에게 물으니,

뒤에 탔던 여자가 두 블록 지나 광장이 나오는데 거기서 알아보라고 정확한 발음의 영어로 말해주는 것이었다.

 

경찰서는 누구나 쉽게 보고 찾을 수 있는 광장에 있는 게 아니라 광장의 뒷길에 있었다.

서울의 파출소보다는 좀 큰데 건물 사이에 특색 없이 박혀 있었다.

그러니 여기 사는 사람들도 알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았다.

 

들어서니 경찰복을 입은 두 사람과 사복을 입은 노랑머리 한사람, 이렇게 세 명의 여자 경찰이 앉아 있었다.

그때 이층에서 세 명의 남자 경찰이 내려오더니 세 명의 여경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아마도 야간 근무를 하고 세 명의 낮 근무 여경들과 교대하는 듯 했다.

그들은 요란스럽게 쪽쪽소리를 내며 양 볼을 서로 대는 인사를 하였다.

 

남자 세 사람과 여자 세 사람이 양쪽 볼에 쪽쪽 소리를 내며 인사를 했으니 9번이다.

게다가 양 볼에 했으니 우리들은 쪽쪽거리는 소리를 18번 들어야했다.

어쩌면 한사람도 빠트리지 않고 18번을 다 하는지 그것 때문에 사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수많은 사람과의 저런 접촉을 통해 풍부한 감성이 길러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러니 향수도 많이 필요했겠지?

 

우린 세 명의 경찰 중 가장 연장자이며 높은 사람인듯한 노랑머리여자에게 어렵사리 우리 사정을 이야기 했다.

노랑머리는 좀 전에 쪽쪽거릴 때와는 다른 무표정하고 사무적인 얼굴로 종이 3장을 내밀었다.

 

그것은 일본말과 불어가 혼합된 범죄 피해 서류였다.

우린 한국인이라고 말하자, 다시 한국어와 불어로 된 서류를 주고 쓰라는 손짓을 하였다.

 

국적, 주소, 이름,출생지, 잃어버린 것, 장소 등등... 그리고 범인 1,2,3의 인상착의 까지 항목도 여러가지였다.

우린 범인을 보지 못했으니 범인의 인상착의를 제외하곤 영어 주관식 시험지 작성하듯 작성해서 건네 주었다.

서류를 넘겨보다가 범인 인상착의를 하나도 안 쓴 것을 보고는 피식~ 웃는 것이었다.

참 어리버리한 사람들이네~~’ 하는 듯했다.

그는 우리가 쓴 서류를 컴퓨터에 한참동안 입력하고 나서는 한 장을 출력해서 내밀었다.

 

이걸로 끝인가?

우린 단지 여기에 잃어버린 우리의 가방이 있는지만 알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그때 우린 급한 경우 영사콜센터로 전화하라는 메시지를 비행기 안에서 본 생각이 났다.

우린 그 번호로 전화를 해서 사정을 이야기 하고 노랑머리에게 우리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그런데 노랑머리는 영어를 못한다며 다시 우리에게 휴대폰을 되돌려주는 것이었다.

 

영사직원은 우리에게 혹시 불어를 할 줄 아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겠느냐고 해서 우린 그러마고 했다.

자원봉사자의 전화를 받은 무표정한 노랑머리는 금세 표정이 달라졌다.

소통의 기쁨이거나 불어에 대한 자부심이거나, 아마  둘 다 해당될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우리의 의사가 전달이 되자, 노랑머리는 분실물센터 전화와 주소가 적힌 종이를 우리에게 내밀었다.

파리외곽 지역이었다. 그래~~ 나중에 그 근처 갈 기회 있으면 가보지 뭐~~

 

경찰서를 나서려는데 경찰에게 수갑이 채워진 채로 잘 생긴 한 백인청년이 끌려 들어왔다.

저런 사람이 어쩌다가? 쯧쯧~~ 우린 백인청년과 아무 관련이 없었고, 여자 경찰들도 아까 남자 경찰들에게 하듯

우리에게 볼 뽀뽀를 하자고 볼을 내밀지도 않아서 그냥 경찰서를 나섰다.

나서는데 백인청년의 압수한 소지품을 두 손 가득 들고 있던 경찰이 바닥에 와르르~ 소지품들을 떨어뜨렸다.

주워달라고 하지도 않았지만 돕고 싶지도 않았다.

 

우린 오늘의 미션 수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 같아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그렇게 생각하니 찌뿌둥했던 몸도 나아지는 것 같았다. 파리는 우리의 가을과 같은 선선한 날씨를 보여주고 있었다.

잠시 비가 내렸지만 먼지를 쓸어버린듯해서 걷기엔 그만이었다.. 어제는 어제였고, 오늘은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