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알제리에 져서 맥이 빠진다.
시간을 알제리와의 경기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다.~~ㅠㅠ 정말~~
더 오래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1997년으로 거슬러 가면,
1997년 일명 ‘도쿄대첩’이라고 이름 붙여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경기 한일전이 열렸을 때.
그날 휴일날이었던 것 같은데, 학교에서는 산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 어? 그날 축구하는 날인데?
- 그래요?
그 중요한 경기일이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아 반문하는 후배가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축구가 오후에 있으니 부지런히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면 축구는 볼 수 있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져서 정상에서 내려오려고 짐정리 할 때 쯤,
축구 경기 시작 시각이 20분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한 후배에게 내려가는 도중에 내가 보이지 않으면 축구 보러 간줄 알라고 말하고는 부리나케 혼자 하산 길을 서둘렀다.
아무리 뛰어 내려와도 도저히 경기 시작 전에 경기를 보기는 힘들 것 같았다.
거의 다 내려왔는데 경기 시간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산은 다 내려왔지만 아직 버스정거장까지는 한참이나 남았고, 더욱이 집에까지 간다면 벌써 전반전은 끝나 있을 듯싶었다.
그래서 TV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니 조그만 구멍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염치불구하고 들어갔더니 마침 가게 안의 방에서는 아주머니가 어린 아이를 안고 TV를 보고 있었다.
슬며시 문지방에 엉덩이를 걸치고는 "TV 좀 봐도 되요?" 하고 물었다.
당연히 축구 중계를 틀어놓고 있는 줄 알았지만 TV는 다른 방송이 틀어져 있었다.
- 저... 지금 축구하는데... 축구 경기하는데로 돌려도 되요?
- 이거 정말 아주 중요한 경기라서요.
그러고는 허락했는지 안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방안으로 들어가 채널을 돌리고 말았다.
허락 없이 들어간 나는 경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반이 거의 끝나갈 무렵,
아이 아빠되는 체격이 건장한 젊은 남자가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순간 긴장이 되었다.
‘이 중요한 경기를 안 보고 돌아다니는 남자도 다 있네?’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화면에 눈을 떼지 않고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 경기인지를 온갖 언어를 동원하여 그에게 설명하였다.
말하면서도 혹시나 여자와 아이만 있는 집에 무단 침입한 파렴치한으로 볼까 두렵기도 하였다.
가게 주인이 경기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은 아나운서들의 평소보다 높은 감정 과잉의 격한 중계방송이었다.
그 목소리에 실린 감정은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중요한 경기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 바람에 내가 남의 집 방에 허락 없이 들어가 보는 것을 어느 정도 묵인하는 분위기였다.
남자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고 뚱한 표정으로 앉아 경기를 보았다.
다행스럽게 그 경기는 너무나 극적인 우리나라의 승리로 끝나 애국가의 배경화면으로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서정원의 헤딩 동점골과 이민성의 중거리 결승골로 2-1역전승을 한, 너무도 감격적인 경기였다.
그 바람에 “잘 봤습니다.~~”하고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무사히(?) 그 집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98프랑스 월드컵 예선경기였던 그 경기는 적지인,일본 도쿄에서 이룬 쾌거여서 사람들은 ‘도쿄대첩’이라 부르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 그 이야기를 했더니 집사람 왈,
제발~~ 생긴 거와는 다르게 그런 경우 없는 무모한 짓 좀 하지 말라고 핀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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