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정릉 청수장 쪽에서 북한산 둘레길을 올랐다.
비가 내렸지만 가물었던 터라. 나무처럼, 풀처럼, 그냥 맞았다.
내려오다가 정릉 천변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다 이 부근에서 생각이 난 것은 아주 오래 전 나 어릴적에
엄마와 여기와서 빨래하던 기억이었다.
엄마는 빨랫감을 이고 돈암동에서 미아리 고개를 넘어
어린 나를 데리고 이곳 까지 빨래를 하러 왔었다.
아마 이 근처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점심 도시락까지 싸 가지고 왔다.
함께 빨래를 하던 옆의 아주머니와 반찬을 서로 나누어 먹었던 기억도 난다.
점심을 먹던 도중에 빨래 방망이가 불어난 물살에 떠 내려갔다.
내가 떠 내려가는 빨래 방망이를 잡으러 뛰었던 기억.
엄마와의 이 기억은
아마도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기억 중 하나 일 것이다.
짐없는 어른 걸음으로도 30분이 넘는 길을
빨랫감을 이고 어린 나까지 데리고 오가는 길이 만만치 않은 거리인데,
엄마는 행복했을까?
그때....의 삶이....
조금 더 내려오니 오래전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빽빽하게... 건물들이...아파트들이....들어서 있다.
저 콘크리트 빌딩들 속에...아스팔트 아래에.....
숱한 사람들의 수많은 추억이 묻혀 있을 것이다.
초저녁 불을 밝힌 차들이 무심하게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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