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감기로 골골 거리고 있다. 감기 걸리지 않는 방법 운운하면서...
감기 걸린 사람들이 이해 안된다는 태도를 취해온 것에 대해 반성한다.
최근 몇 년간은 감기와 무관했었던데다가 난생 처음으로 독감예방접종까지 한 터인데
감기에 걸리다니....그리고 길게 떨어지지 않다니....
기분 나쁘게 아프다. 속도 울렁거리고....머리도 지끈거린다. 학년초인데 말이다.
몇몇 아팠던 오래전 기억들이 떠 오른다. 그중 한 장면.
<아프니 생각이 깊어진다. >
초등학교 1학년 어느날.
엄마가 바느질을 하시다가 식사 때가 되어서 부엌에 나가시느라고
잠시 바느질 하던 것을 방바닥에 놓아두고 나가셨다.
언제나 그러하듯, 동생과 방에서 뛰어 다니며 장난을 치다가 그만,
엄마가 바느질하시다가 천에 꿰어두고 간 바늘을 발로 밟고 만 것이다.
자지러지게 우는 내 소리에 놀란 엄마가 부엌에서 들어오셨다.
방에 들어와서 바느질거리를 살펴보니 바늘이 부러져서
실이 꿰어져 있는 귀부분만 짧게 남아 있고 바늘의 앞 부분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내가 발이 아파서 울고 있으니까 내 발을 살펴보았는데 피 한 방울 나오지가 않으니까
내 발 속으로 바늘이 들어갔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신 어머니는
빗자루로 샅샅이 방을 쓰셨다. 하지만 부러진 바늘 앞부분은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발목을 붙잡고 계속 울었고,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으셨는지 날 업고 병원으로 달리셨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자주 가는 약국 아저씨가 '왜 그러느냐'고 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더니
내 발을 유심히 이리저리 돌려가며 들여다보셨다.
그러다가 발 등에 모기가 문 자국처럼 아주 조그마하게 돌출된 것을 발견하시고는,
'여기 이건 모기가 물었나?'하면서 만지는 순간, 난 아파서 자지러지듯 소리를 질렀다.
발바닥으로 들어 간 바늘이 발 등 표피 아래까지 뚫고 올라 온 것이었다.
어떻게 일부러 밟아도 그렇게 밟기가 힘들었을텐데 정확하게 90도 직각으로 밟아서
발바닥에서 발등으로 수직으로 바늘이 뚫고 올라온 것이었다.
그것도 피 한방울 안 나게....
병원에 도착해서 수술을 시작했는데,
지금의 성신여대입구 전철역 부근, 돈암 시장 쪽에 있던 2층 병원이었다.
아마도 막 여름이 시작되는 무렵이었는지 창을 열어놓았는데
창 밖으로는 지나가는 차들, 인도를 다니는 사람들 모습이.... 지금도 정지된 화면처럼 눈에 선하다.
엄지와 두 번째 발가락 사이를 가르고, 바늘을 집어내는 수술이었는데
근육이 바늘을 단단하게 조이고 있어서 핀셋으로 바늘을 집어 빼내느라 무척 고생을 했단다.
지금이야 의술이 좋아져서 큰 수술은 아니겠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이 미비했던지, 마취가 풀렸던지
여러 명이 내 온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누르고 수술을 했던, 정말 끔찍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육신의 고통이었고, 엄마는 마음의 고통이었을 오래 전 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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