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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눈먼 자들의 도시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는 말처럼 우리가 갖는 즐거움은 물론,

정보의 87%를 눈이 담당하는데 시력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더구나 나 혼자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이 시력을 잃는다는 것은 바로 지옥인 것이다.

 

왜 하필 눈일까?

작가가 말하길 눈은 우리가 입으로 부정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 눈을 없애고 지옥을 한번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들자.

뭐 이런 속셈이었을까?

 

딸이 사다 읽은 책이고, 집사람은 영화만 보았다면서 찝찝했다고 한다.

읽고 나니 당연히 그랬으리라 생각되었다. 여자들에겐....

 

 

 

 

문장부호가 생략되어 있어서 집중력이 요구되는 반면에 긴장감을 갖고 읽게 되었다.

 

운전하다가 신호등에 정지해 있던 한 사내가 갑자기 눈이 먼다.

어떤 사내의 도움으로 집에 까지 도착했는데 그를 도와준 사내는

눈 먼 사내의 차를 훔쳐달아나다가 그도 눈이 멀게 된다.

모든게 하얗게 보인다.균질한 우유빛깔로....

 

눈이 먼자들은 격리 수용된다. 전염 예방차원.

눈이 멀게 되어 새로 들어온 노인에게서 들은 가장 최근의 밖의 이야기와 그가 들고 온

작은 라디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우리가 정보가 차단당했을 때의 막막함도 상상이 갔다.

 

눈먼자들을 수용하는 수용소에서

총을 가진 깡패집단과의 싸움 장면과 수용소에서 밖으로 나와

의사의 아내에 도움으로 길을 가는 부분은 영화를 보듯 재미가 있었다.

 

점점 사람들이 눈이 멀자. 수용소조차 필요없는 상황이 된다.

모두 눈이 멀었으니 말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배설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생기는 악취도 더욱 지옥의 상황을  만들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냄새로 인한 끔찍함을 느낄 수가 있었던데에는

 묘사도 훌륭했지만, 언젠가 경기도 연천에 수해가 난 장면을 TV로 보다가

수해를 입은 큰댁을 찾아갔는데 TV로 보는 것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이유는 바로 날도 더운 여름날 온갖 쓰레기들로 인한 냄새 때문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때 일이 떠올랐다.

 

앞못 보는 사람들이 아무 곳에서나 볼일을 봐서 생기는 고약한 냄새와

또한 죽은 시체들로 인한 역겨운 냄새들...

온 도시 전체가 역겨운 냄새로 인해 숨이 막힐지경이 되었다.

 

그렇다고 유일하게 눈이 멀지않은 의사의 아내는 다른 사람보다는 행복했을까?

아니다. 그도 지옥이었던 것이.......

눈먼 사람이 볼 수 없었던 지옥을 더 생생하게 볼 수 있었으니 오히려 더 지옥같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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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무엇에든 익숙해진다는 것, 특히 사람이기를 포기했을 경우에는

그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거을 이해하려면, 그녀 역시 눈이 멀어야했다.

 

-아가씨가 부모님을 만났을 때는 둘 다 눈도 멀고 잠정도 멀었을 거야.

우리가 전에 지니고 살았던 감정, 과거에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규정하던 감정은

우리가 눈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눈이 없으면 감정도 다른 것이 되어버려, 어떻게 그렇게 될지는 모르고,

다른 무엇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장님의 나라에서는 눈을 가진 사람이 왕이니까

하지만 눈을 뜬 여자만이 개떼들이 죽은 사람을 물어 뜯을때 구토를 한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위가 쇠처럼 단단해진다.

 

-나만 볼 수 있다고 해서 나는 장님 나라의 여왕이 아니에요.

나는 이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려 태어난 사람일 뿐이에요.

 

<눈먼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지음 / 해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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