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이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이라 하는데
나는 하늘의 뜻을 알기는커녕 내 자신도 잘 모르고 철도 들지 않았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집어 든 이 책은 50대의 사회학자인 송호근 서울대 교수의 책이다.
50대인 저자가 우연히 같은 나이 또래의 대리운전기사와 나눈 이야기를 시발로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이야기를 사회학자 입장에서 다루고 있다.
역시 베이비 부머 세대인 자신의 이야기와
그리고 50대들을 인터뷰한 내용과 그들의 사회학적 지표들을 싣고 있다.
이 땅의 50대는 누구인가? 부양해야 할 나이든 부모가 계시고,
아직도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식들이 있는 베이비 부머 세대의 무거운 삶,
게다가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청춘의 욕망을 접어야 하는 체념의 고통에 직면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들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도 그런 이유들 때문일것이다.
나 또한 50대이니 감정이입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
사회정의를 부르짓고, 오로지 식구 부양을 위해 일만하던 그들에게
퇴물이란 딱지가 붙게 되었고 사회가 이제 더는 50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 현실이 되었다.
나이드는 것도 서러운데 퇴물이라니 젊은 시절의 우리의 고통 속에 지금이있는 것인데 말이다.
일반적으로 퇴직한 사람은 6개월이면 공적 관계망의 완전한 소멸을 경험하게 되어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다.
다른 연령대에 비하면 자살률이 높은 까닭은
퇴직과 함께 찾아오는 갑작스런 관계단절, 고립감,그리고 경제적 심리적 무력감 때문이다.
오늘 점심은 누구와 먹을까.
혼자 분식집에서 점심을 사먹는 궁상스런 모습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기에
퇴직자들은 점심 동료가, 같이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친구가 아쉽다.
그러나 퇴직과 동시에 동료들은 흩어졌고 각자의 고립된 길에서 외로움을 한탄할 뿐이다.
30년 세월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을 찾아 나서봐야 부질없는 일.
다만 현재의 고립감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듯하다.
베이비부머는 가치관이 서로 다른 부모 세대와 자식세대의 개성강한 주장에 쥐여 짜이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자아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에 익숙한 슬픈 세대이다.
혹시
이들이 크게 소리 내어 울어도 나무라지 말고,
그들이 울거든 다독여주라. 그들을 퇴물 취급하지 말아달라.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송호근 지음 / 이와우>
< 구절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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